‘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루카9,17)
 
  ‘우리가 있는 곳은 황량한 곳입니다.’(루카9,12) 많은 군중은 예수님께 모여들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해주시고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사는 곳은 황량한 곳입니다.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 진실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진실한 사랑을 찾아서 방황합니다. 그 해답을 찾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어쩔 줄 모르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이제껏 누려보지 못한 엄청난 물질적인 부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는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탐욕의 유혹에 빠집니다.
 
  복음서에 보면 제자들은 군중을 돌려보내서 각자 잠자리와 음식을 구하도록 하자는 손쉬운 방법을 찾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명령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제자들은 그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예수님께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사정을 모르셨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손수 먹을 것을 주라고 명하십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현실 문제를 직시하고 그 문제를 회피하지 말라고 요구하십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곤란을 겪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임감을 갖고 끈질기게 해결 방법을 찾아보라고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제자들이 어쩔 줄 몰라서 난처해하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로 하여금 쉰 명씩 질서 있게 앉히도록 하십니다. 그렇게 그들의 도움을 받으시면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에게 기도하시고 그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축복하십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습니다.
 
  예수님 손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깊은 신뢰심으로 기도하면서 풍성한 결실을 얻은 것입니다. 탈출기 16장에서 보듯이,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홍해바다를 건넌 뒤에, 광야에서 하느님께서 손수 그들에게 만나를 먹여주신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곤경에 처한 군중을 정직하게 대면하면서 그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 하고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과 제자들과 함께 겪고 계신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스승께서는 이렇게 제자들과 함께 책임감을 당면한 어려운 과제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고 해결책을 찾고 계십니다. 인간적으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어려움 속에서 그분은 제자들이 갖고 있는 보잘 것 없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시고 그것을 붙들고는 철저하게 하느님을 신뢰하면서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습니다. 음식이 많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황량함을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앙을 갖고 있다고 갑자기 세상이 우리에게 담콤하게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오늘 현실 안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책임감을 강조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가진 보잘 것 없는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시고 꼭 붙잡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가 되어서 아버지께 기도하십니다. 우리 가운데 거처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시고 풍성한 결실을 가져다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 믿음을 간직하면서 우리는 성체성사에 참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