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무엇을 청할 때, 우리에게 중개자는 필요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청하는 것보다 남들이 청할 때 더 잘 도와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우리가 자주 당신께 청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이것을 매우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이때가 그분께서 우리의 채무자가 되는 유일한 때입니다. 우리가 그분께 기도할 때마다 그분은 기꺼워하시며, 우리가 당신께 빌려 드리지도 않은 것을 거저 주십니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이가 당신께 열렬히 기도하는 것을 보시면, 당신께서 우리에게 받지도 않으신 것을 우리를 위해 몸소 갚아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건성으로 기도한다면, 하느님도 우리 기도를 건성으로 들으실 것입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지 않고자 하셔서가 아니라, 우리의 기도는 온 마음으로 바칠 때만 기꺼운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우리 기도를 들어주기를 미루시는 것은 우리 기도가 싫어서도, 우리를 미워해서도 아닙니다. 그분께서 기도의 답을 미루심으로써 분명하게 바라시는 것은 우리를 당신 가까이 붙들어 두는 것입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게으르고 무심한 자녀에게 인내를 가르치기 위해 배려하는 마음으로 선물 주기를 미루는 것과 같습니다. 기도가 이루어졌습니까? 그렇다면 감사하십시오. 기도가 이루어졌으니까요. 여러분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계속 기도하십시오. ... 여러분이 무력하고 도와주는 이가 없더라도 하느님께 부르짖으면 틀림없이 청하는 바를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여러 강해에서 모은 시선집』(강해 2).
 
  - 교부들의 성경 주해 신약성경 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