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 그리고 당신께서 이미 제자들에게 넘겨주신 성사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셨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베드로가 깊은 신심과 사랑으로 불타올라 칼을 쓰는 것을 보고 꾸짖으신 것을 생각할 때, 이는 확실합니다. 주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십니다. 요한 복음에 따르면, 분명 주님께서는 이런 말씀도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바오로 사도도 비슷한 말을 하는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에페 5,2)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모든 이의 구원은 아버지와 아들 공동의 뜻이며 계획이었습니다. 영원 이전에 자비롭게 결정되고 바뀔 수 없이 예정된 이것은 그 무엇으로도 어지럽힐 수 없습니다. 그 일을 위해 예수님께서는 참되고 온전한 인성을 취하셨고 따라서 육체의 생생한 감각들과 마음의 참된 감정들도 취하셨습니다. 그분의 모든것이 충만한 신비요 기적이라고 해서, 그분께서 거짓으로 눈물을 흘리셨다거나 배고픈 척 음식을 드시고 주무시는 척하셨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굴욕안에서 굴욕당하셨고 우리의 슬픔으로 슬퍼하셨으며 우리의 고통으로 십자가에서 고문당하셨습니다. 그분의 동정심은 그분으로 하여금 죽을 운명의 우리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의 고통을 체험하게 했고 그분의 권능은 그 고통을 정복하기 위해 그것과 맞섰습니다. 이사야는 이것을 분명한 말로 예연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받은자, 하느님께 매 맞은자, 천대받은 자로 여겼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이사 53,4-5).

     * 대 레오『설교집』58,4.      

        - 교부들의 성경 주해 신약성경 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