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말이 걸림돌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살아 있는 빵이다”라는 말이 논란거리가 됩니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유다인들은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말다툼을 하였습니다.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말씀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번에도 이 말씀을 알아듣기 쉽고 받아들이기 좋은 말로 설명하실 생각이 없으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오히려 더 분명하게 우리가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며 대놓고 도전하시는 듯한 말씀입니다. 이 말씀, 이 표현이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신학교 시절에 교수 신부님들은 신학과 철학의 어려운 명제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학생들에게 “이해하려 하지 말고 외워라.” 라고 농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이해하기를 포기하라는 말씀이 아니라 오히려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올 것이니 간직해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도 그 말씀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고, 오히려 마음속에 새겨두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당신 자신에 대한, 당신의 삶과 수난과 부활에 대한 예언과 같은 설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가 굶주리는 사람에게 빵을 준다면 비유적으로 뿐아니라 실제로도 ‘생명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받는 이의 입장에서는 그 빵이 곧 그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일 그 빵을 준 사람 자신도 그 빵이 없으면 굶어죽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어떨까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렇다면 그는 말 그대로 자기 ‘생명을’ 건네준 것입니다. 받는 이의 입장에서 뿐아니라 주는 이의 입장에서도 그 빵은 ‘생명’ 그 자체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생명을 주기 위해 당신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어야 하는 당신의 사명을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하루나 몇 년, 몇십 년의 생명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가장 큰 사랑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빵을 받은 이는 어찌 되었건 자신을 살려준 그 빵을 준 이에게 고마워할 것입니다. 그 빵으로 그는 살아났고, 그는 그 빵을 통해 생명을 얻었습니다. 여기에는 이 빵이 백만장자가 먹다가 남긴 빵이건 과부의 헌금으로 구입한 것이건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빵이 자기와 똑같이 굶주리는 이가 자기 생명을 건네준 것이었다는 것을 그 사람이 알게 된다면, 그가 느끼는 고마운 마음이 똑같을까요?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그 빵이 주는 생명은 ‘더 값진 생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가 선물로 받은 그 생명의 무게가 남다른 것임을 그는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자가 자기 재산을 기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남을 위해 자기 생명을, 자기 삶을 바치는 것은 이미 자선의 범주를 넘어서는 ‘가장 큰’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그것을 받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자기’ 생명을 내어주는 사랑만이 그것을 받은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이 됩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이고 그분의 삶이며, 그 사랑을 드러내는 성체성사의 신비입니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입니다.


-예닮영성 심화길잡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