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권 밀라노의 교수, 네오플라토니즘, 사도 바오로 (서른 살 때, 384)

20.  겸손의 바탕, 예수 그리스도

그즈음 플라톤학파의 서적을 읽은 나머지, 무형한 진리를
탐구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던 만큼 나는 보이지 않는 당신의
진리를 창조물 통해 깨치게 되었삽고, 비록 아직 멀었어도 내 영혼의
어둠 때문에 명상이 허락되지 않는 그 무엇을 알았습니다.

동시에 당신이 존재하시는 사실, 그리고 무한하시되 유한, 무한을
막론하고 어느 공간에 뻗어 계심이 아니라는 것과, 
당신이야말로 진정 한결같이 똑같이 계시와 절대로 이런저런
변동이 없으시다는 것과 다른 모든 것은 존재한다는 것임을
똑똑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확신을 가지기는 했으나 당신을 누리기엔 너무나 모자라는
이 몸이었습니다. 제법 아는 체 지껄이기도 했습니다마는
우리 구원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의 길을 찾지 아니한다면
나는 알기는커녕 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느새 철인인 양 뽐내고 싶어서 벌을 잔뜩 짊어지고도 울기는커녕
안답시고 부풀어 있었으니, 겸손의 바탕이 예수 그리스도시거늘
거기서부터 세워질 사랑이 어디 있더니이까?
언제 저 책들이 사랑을 가르친 적이 있더니이까?

헤아리옵건대 내가 성경을 연구하기 이전에 저 책들을 읽게 하신
것이 당신 뜻이었습니다.  그런 책들에서 받은 인상이
기억에 남은 채 당신 성경으로 길들고 당신의 약손으로
내 상처가 아물게 한 뒤 스스로 젠체함과 스스로 낮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되 어디로 해서 가야 할지를 모르는 자들과
지복의 나라를 보여줄 뿐 아니라 거기 살도록 인도하는
길과의 차이를 식별하게 마련 하셨습니다.

그러지 않고, 만약에 내가 먼저 당신 성경을 배워 익숙하게 되고,
당신께 맛을 들인 그 다음에 저 책들을 읽게 되었던들
내 신앙의 바탕을 앗아갔을 터이고, 이미 흡수했던 건전한 정서가
요행히 남아 있다손 치더라도 그때의 나로서는 저 책들만 가지고
연구한다면 누구든 그런 정서를 느끼게 되리라고 믿어버렸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