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권  세례, 모니카의 생애와 죽음 (서른 세 살 때, 387)

9. 모니카의 갖가지 덕

이와 같이 정숙하고 검소한 교육을 받은 그는 양친을 말미암아
당신을 섬기기보다 당신을 말미암아 양친을 섬겼습니다.
혼인할 나이가 차 시집을 가게 되니 남편 섬기기를
상전과 같이 하고, 되도록 그를 당신께 벌어드리려고
숙덕으로써 당신을 그에게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당신께서는 그녀를 덕성으로 아름답게 해주시고,
제 남편의 존경과 사랑과 찬탄을 받게 하신 것입니다.
그런 만큼 그녀는 남편이 바르지 못할 때에도 참아내며,
그 일로 남편과 시비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직 그이 위에 당신 자비가 내리기를 바라 당신을
믿음으로써 깨끗해지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한편 남편은 사랑이 지극한 그만치 성깔도 불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분노하는 남편에게 행위는 물론 언사로도
대항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혹시 남편이
까닭없이 성깔을 부렸을 경우, 그의 성이 갈앉아 조용해진
틈을 엿보아서 비로소 그가 한 짓을 가려내는 것이었습니다.

한결 온순한 남편을 가진 부인들이 얼굴에 흉한 맷자국을
지닌 채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다가 사나이들의 행실을
비난하기라도 하면 농을 하면서도 점잖게 그들의 말을 꺾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결혼장이라는 것을 낭독할 때부터
여자들은 스스로 종이 된 문서로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신분을 생각해서 상전을 거스르는 교만을 부려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남편의 괴팍스러운 성미를 잘 참아내는 그녀를 아는 부인들인지라,
파트리키우스가 아내를 때렸다거나, 집안 싸움으로 단 하루도
틈이 생겼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눈치 챌 수도 없음을 이상히 여기고,
다가앉아 그 까닭을 물을 적이면 위에 말씀드린 자기의 하는 태도를
가르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들이
실험을 하고 나서 감사하는가 하면, 그대로 아니한 사람들은
쥐어서 고생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시어머니도 처음엔 몹쓸 계집종들의 수군대는 말질 때문에
그를 못마땅히 여겼으나, 인내와 양순으로 한결같이 받드는
바람에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자기와 며느리 사이에서
가정의 평화를 어지럽히던 안잠 자기들의 하리 (남을 헐뜯어 윗사람에게
 일러바치는 일)를 아들에게 폭로해 책벌을 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그 아들이 그 어미에게 순종하고, 가정의 기강을 바로잡고
부부간의 화목을 두터이 하고자 폭로한 어미 뜻대로 드러난
계집종들을 매로 다스렸을 때, 그는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든 내 눈에 들려고 내 며느리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하는 자가
있으면 이런 벌을 받을 줄을 미리 알아 두어라."
그 뒤로는 감히 그런 짓을 하는 자가 없으므로 그들은
모범다운 가정 단란 속에 살았습니다.

그의 복중에 나를 창조하신 내 주시여, 내 자비시여, 당신께서는
착한 저 종에게 또 하나 큰 은혜를 베푸셨으니, 그는 서로 등지고
싸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힘대로 화해의 구실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쪽이 서로 헐뜯는 별의별 소리들을 들을 때에도 (흔히는 앞에 있는
친구에게 그 자리에 없는 미운 사람을 들어 욕설을 하고, 설익은 원한을 털어놓으면
 반목이 삭기는 커녕 부풀어 오르기가 일쑤인데) 그이는 쌍방을 화해 붙이는 데에
도움이 되는 때가 아니면 이쪽 말을 저쪽에다 건네는 법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사람한테서 내가 슬픈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쯤
하찮은 선으로 보일는지 모르옵니다. 하오나 대체 이 어인
죄악의 무서운 역질이 그리도 널리 두루 퍼지는지, 양심을 품은
원수가 역시 앙심 품은 원수의 말을 폭로하기는 물론,
하지 아니한 말까지 보태어 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사람다운 사람이라면 원수 맺음을 나쁜 말로 부채질하지 않기와
더 키우지 않는 일쯤 대수롭지 않아야 되고, 오히려 좋은 말로
풀어주기를 힘쓸 것이온데 그이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당신께서
마음의 학교에서 가르치시는 은밀한 스승이신 까닭이었습니다.

그이는 또한 제 남편을 이승살이 끝판에 당신께 이끌었습니다.
그가 아직 신자가 아닐 제는 참고 기다리다 신자가 된 이상
다시는 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이는 당신 종들의 종이기도 했습니다. 그이를 아는 이마다
당신을 기리고 높이며 사랑했습니다. 거룩한 생활의 결실이
증명하듯 그의 마음 안에 당신이 계심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이는 "한 남편의 아내"(1티모 5,9)였으며, 두 어버이를
효도로 섬겼으며, 집안을 신앙으로 다스렸으며, 착한 일에
명망이 높았삽고, 그의 자식들이 당신한테서 멀어짐을
볼 때마다 산고를 겪으며 그들을 길러냈습니다.

끝으로 주여, 당신 은혜를 종들에게 내리사 여쭙게 하시니
덧붙이옵니다만, 그가 당신 안에 잠들기 전, 세례의 은총을 받은
우리는 모두가 함께 살았사온데 그때 우리를 거두기를
친자식들 같이 했고, 우리 섬기기를 친딸과 같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