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권  주교가 되고 나서 하느님을 인식하기 까지 기억에 대한 고찰,
            하느님만이 지정한 행복, 지금의 나, 중재자 그리스도
(마흔 다섯 살 때, 399)

17. 기억의 힘은 위대하니이다.

주여, 기억의 힘은 위대하니이다. 무섭기까지 한 그 현묘,
무한한 다양성! 이게 바로 내 영혼, 곧 나 자신입니다.
그러나 나란 무엇이오니까? 주여, 나의 본질이 무엇이니이까?
복잡 다양한, 실로 무한량한 생명이로소이다.

보소서, 내 기억의 대평원, 무수한 그 동굴과 동굴에 무수한 것이
그 물체의 영상으로, 예술의 경우 그 현존으로, 또는 심리적
정서의 경우 개념과 인상으로 (이 경우 마음이 현재 못 느낄지라도
기억에 있는 것이 곧 영혼에 있는 것이므로 기억이 이런 인상을 지닙니다.)
 꽉 차 있어서 나는 이런 것들 속을 치닫고 이리저리 날며
가능한 데까지 사무쳐 들어가기도 하나,
끝이 없으니 이렇듯 기억의 힘이 큰 것이요, 죽을 몸으로 사는
인간이건만 그 생명의 힘이 이다지도 큰 것이니이다.

나 이제 무엇을 하오리까, 내 참 생명이신 하느님이여?
뛰어넘으리이다. 기억이라 이름하는 이 힘마저 나는
뛰어넘어서 감미로운 빛, 당신께 다다르리이다.

주여, 내게 무엇을 말씀하시나이까? 보소서, 나는 영혼을
가지고, 내 위에 계옵시는 당신께 오르고자 기억이라 부르는
이 힘마저 넘어서 오르리다. 닿는 데까지 당신께 닿아보고,
안을 수 있는 데까지 당신을 안아보려는 것입니다.

새나 짐승도 기억은 있습니다. 없다면야 굴과 둥지로 찾아들지
못할 것이요, 버릇 들어하는 짓들도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이고 버릇을 들이기란 기억 없이는 안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기억마저 넘어서려는 것이옵니다. 나를 길짐승과
갈라내시고, 날짐승보다 슬기롭게 만들어 주신 그분께
다다르고자 기억마저 넘어서려는 것이니다. 하오나
어디서 당신을 만나리까? 참스런 좋음이시여, 착실한 진맛이여,
어디서 당신을 뵈오리까? 기억 밖에서 당신을 뵈옵는다 함이
곧 잊음이옵거늘 당신을 기억지 못하는 채 어찌 당시을 뵈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