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권  주교가 되고 나서 하느님을 인식하기 까지 기억에 대한 고찰,
         하느님만이 진정한 행복, 지금의 나, 중재자 그리스도
(마은 다섯 살 때, 399)

42. 천사로 가장하는 사탄

누구를 붙들어야만 나를 당신께 화해시킬 수 있으오리까?
천사들에게 부탁을 해야 되오리까?
어떤 기도, 어떠한 의식이라야 되오리까?

내 듣건대 많은 이가 당신께 돌아가고자 했으나
힘이 없어 애만 쓰다가 환상의 욕구로 떨어진 나머지
그만 홀린 몸이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찾는다고는 하나 가슴을 치기보다 오히려
불쑥 내밀며 학문에 반하여 오만불손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 마음이 그러하던 만큼 교만의 공모자, 공범자인
"허공의 천사" (에페2,2)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이들의 마력에 속아서 깨끗이 씻어줄 중개자를 찾았으나
그러한 이는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는 사탄" (2코린11,14)
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육체를 지니지 아니한 까닭에 그들의 교만한 육체를
많이 꾄 것입니다. 화해를 뻣뻣이 구하던 그들은
죽은 죄인들이었고, 당신은 죄 없고 불멸하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란 반드시 하느님답고
사람다운 무엇을 지녀야 할 것이오니, 그렇지 않고
인간답기만 해도 하느님한테서 너무 멀고, 하느님답기만 해도
인간한테서 너무 멀므로 중개자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하거늘 거짓된 중개자는 (그로 말미암아 교만은
당신의 은밀하신 뜻대로 스스로 속아 마땅하니이다)
인간과 공통되는 바, 곧 죄악을 지니는 한편,
하느님과 공통되는 것도 가진 양 보이려 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죽게 마련인 육체를 쓰고 있지 않다하여
불멸하는 자인 양 보이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죄의 삵이 죽음" (로마6,23)인지라,
이것이 인간과 공통되는 점인즉 그도 인간과 같이
죽음을 당하고 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