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권 타가스테와 카르타고의 수사학 교사
(열아홉 부터 스물아홉 살 까지,373-382)

8. 시간은 슬픔을 가시게 하는 것

시간이란 그저 턱없이 하염없이 우리 감각을 거쳐 흐르는 것이 아니니,
마음속에 기기묘묘한 일을 해놓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날에 날을
이어 시간은 왔다 가면서 색다른 희망, 색다른 추억을 내게 심어주고,
이리하여 허전한 나를 그 옛날의 기쁨으로 메워놓아 어느덧 슬픔은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뒤따르는 것은 또 다른 슬픔,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슬픔의 씨앗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도 쉽게 속속들이 저 슬픔이 내 맘에 사무치기는
죽을 사람을 안 죽을 것처럼 사랑함으로써 내 영혼을 모래 위에다
쏟아놓은 때문이 아니고 무엇이었더이까. 그러기에 또 다른 벗들의
위로에 나는 다시금 이전처럼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들과 어울려 내가 좋아하던 것은 당신 대신에 엄청난 사설이요,
장황한 거짓말로써 귀를 간지럽히며 쑥스러이 긁어서 우리 정신을
부패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사실이건만 내 친구 가운데
어느 누가 죽으면 죽었지, 이것만은 내게 있어 죽지를 않았습니다.

이 밖에도 저들에겐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또 있었습니다.
곧 오가는 말 같이 웃기, 사이좋게 도와주기, 여럿이 함께 재미난
책 읽기, 서로 놀되 서로 존경하며, 가다가 어긋남이 있어도
나 스스로에게 처럼 미움이 없기, 그리고 어쩌다 있는 이 엇갈림에
뜻을 골라 다져놓기, 무엇을 서로 배우기와 서로 깨우쳐 주기,
없으면 못 견디게 보고 싶고, 만나면 얼싸안고 반가워하기,
이런저런 표정이 사랑을 주고받는 이들의 마음에서 입을 거쳐,
혀를 거쳐, 눈이며 백 천 가지 좋기만한 동작으로 나타나 불씨와도
같이 마음을 녹여 여럿을 하나로 만들어 놓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