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권  밀라노의 교수 (서른 부터 서른 두 살 까지, 384-386)

4. 믿기만 하면 고쳐질 나

인간이 어떻게 당신 모습이 될 수 있는가를 알아내지 못할 때
내가 두드리며 찾아 낼 것은 어떻게 믿어야 하느냐는 것인지,
이렇게 믿는다는 듯이 나를 꾸짖으며 덤빌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기에 확고부동한 무엇을 움켜잡으려는 열성에 내 속이 
타오를수록 그렇듯 오랜 동안 꼬임에 빠져 유치한 오류와 객기
때문에 확실하다는 약속에 속은 나머지 확실치 않은 여러가지를
확실한 줄로 지껄인 일이 더더욱 부끄러워졌습니다.
그게 다 거짓인 줄은 다음에야 분명히 알았지만 (당신의 가톨릭이
진리를 가르치는지, 내가 몹시도 고발하는 그런 것만은
가르치지 아니하는지를 아직 똑똑히 모르는 채) 맹목적 적의를
가지고 교회를 반대하던 그 적에라도 그게 다 확실치 않았는데도
확실한 듯이 내가 받아들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나는 멍청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기뻐했습니다. 내 주여,
당신 외아드님의 몸이요, 어리던 나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을
가르쳐 준 오직 하나인 교회는 이런 젖내 나는 얼간이 짓을
즐기지 않고, 그의 건전한 교회에는 만물의 창조자이신 당신께서
(제아무리 크고 넓은 공간일지라도) 그 안에 인간 육체 형상을
가지고 제한되셨다는 이것이 없는 까닭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욱 기쁜 일은 당신의 성자들 (신자들-옮긴이)이
그렇게 믿는다고 (사실은 그같이 믿지 않았는데도) 비난할 적에
불합리하게 보이던 구약의 율법과 예언들이 전과 같은 그런 눈으로
읽히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나는 암브로시우스가 자주자주
그의 신자들에게 하는 설교 중에 "글자는 사람을 죽이고, 정신은
사람을 살린다."(2코린 3,6)는 말씀을 간곡히 규범으로
내세우는 것을 매우 즐겁게 귀담아 들었으니, 글자 그대로는
틀리게 가르치는 듯한 대목들을 신비의 너울을 벗기고 비유적
의미로 밝혀 줄 적에, 참인지 아닌지 내가 모를 것을 말하면서도
내가 싫도록 말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나느 미끄러질까 두려워 무엇에고 달라붙지 않도록 마음을
주지 않았으나 갈피 잡을 수 없음에 더욱 죽을 지경이었으니,
내가 보지 못하는 일들이 일곱과 셋이 합쳐 열이 되듯 그렇게
확실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미쳤대도 이런 것을 못 알아들을
만큼 그러한 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를 것들도 (내 감각에 잡히지
않는 물체든 내가 물체로 밖에 생각 할 줄 모르던 신령체든)
이것(수학적 진리-옮긴이)과 같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믿기만 하면 고쳐질 나였습니다. 그 믿음으로 맑아진
내 영혼의 눈동자가, 언제나 계시어 모자랄 리 없는 당신
진리를 겨냥하여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흔히 돌팔이 의원에 덴 사람이 명의에게 몸 맡기기를
두려워하듯 내 영혼의 건강도 이와 비슷하여 믿지 않고는
나을 수 없는 것을, 거짓을 믿을까 무서워서 낫기를 싫어했으니
신앙의 약을 손수 지으사 천하의 모든 병에 뿌리시고
게다가 위력을 붙여주신 당신 손을 마다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