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권  밀라노의 교수 (서른 부터 서른 두 살까지, 384-386)

16. 죽음과 심판의 공포


자비의 샘이시여, 당신께 찬미와 영광이 있어지이다.
갈수록 불쌀해지는 놈은 나였고, 그럴수록 더 가까이 하시는 분은
당신이셨으니 진작부터 당신의 오른팔이 나를 진구렁에서 건져내시려
함을 이놈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나이다.

고작해야 육적 쾌락의 심연에서 나를 빼돌린 것이란
죽음의 공포, 미래의 당신의 심판뿐, 생각이 갈마드는 적은 있어도,
이것만은 내 가슴에서 떠난 적이 없었나이다.
이따금씩 내 친구 알리피우스와 네브리디우스와 더불어
지선과 극악에 대한 토론을 하다 내가 만일 에피쿠로스가
믿기를 거부한 것처럼 죽은 뒤 영혼과 행위에 대한 응보가
남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승리는 에피쿠로스의 것이라고
샐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뇌까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진정 죽지 않고,
잃어버릴 염려 없이 늘 육체의 쾌락을 누릴 수 있다면야
왜 행복되지 않겠는가. 그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것이 크나큰 비참에 속하는 줄을 알지 못하고 그저
빠진 채 맹인이 된지라, 살의 눈에 띄지 않고 오직 마음 눈이라야
볼 수 있는 저 맑은 덕의 광명, 그리고 그 자체로 보아
안겨야 할 미의 광명을 생각 할 수 없었습니다.

가엾을 손 이놈은 쑥스런 일일망정 친구들과 환담하는
그 취미나마 어느 근원에서 오는지 맥을 몰랐습니다.
육체적 쾌락이 푸짐하던 그때 생각으로도 친구들 없이는
행복 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나는 그들을, 그들만을 위해 사랑했고
그들 또한 나를 사랑함이 나만을 위함이라고 느꼈습니다.

아, 하고한 길 굽기도 한지고! 당신을 떠나기만 하면 나은 무엇이
얻어질까 바라던 무엄도 했던 내 영혼이여!
등으로, 배로, 옆귀로 엎치락 뒤치락 해 보아도 모든 것이
고통일 뿐, 오직 하나 당신만이 안식이로소이다. 당신이야말로
늘 곁에 계시사 처절한 방랑에서 우리를 구하시고,
당신 길 위에 우리를 세우시고 말씀하시나이다.
"내딛거라, 내가 너희를 안아다 주마, 내가 너희를
데려다 주마 거기 가 내가 안아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