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권  밀라노의 교수, 네오플라토니즘, 사도 바오로 (서른 살 때, 384)

9. 플라톤의 로고스와 말씀

무엇보다 당신께서 내게 보여주고자 하신 것은, 당신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총을 베푸신다는 것과
"당신 성자가 인간이 되사 인간 가운데 사시기" (요한 1,14)까지
겸손의 길로 당신 자비가 사람들에게 드러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리하여 당신은 더할 나위 없이 교만에 찬 한 사람을 통해
희랍어에서 라틴어로 옮겨진 플라톤 서적을 마련해 주신 것입니다.

읽어보니 말은 같지 않으나 여러 가지 많은 이치로 설명하는 점은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곧 "비르숨에 말씀이 계시고,
말씀이 또 하느님 안에 계시니 말씀이 곧 하느님 이시러라.
이 말씀이 비르숨에 하느님 안에 계신지라, 만물이 다 저로 말미암아
지음을 받아 말씀 없이 된 것은 하나도 없느니라.
된 것은 그이 안에 생명이 있으니 생명이 곧 사람들의 빛이라.
빛이 어두운 데 비치되 어둠이 이를 알지 못하니라.

인간의 혼이 비록 진리를 증거하되 빛 자체가 아닌지라,
참다운 빛이야말로 말씀이신 하느님이시니 그이께서 세상에 오는
모든 사람을 비추시느니라. 세상 안에 계시고, 세상이 그이로
말미암아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니라."라는
내용도 읽었나이다. 그러나 "본고장에 오시되 그 백성이
그를 받들지 아니했고, 무릇 그를 받들고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될 권리를 주시니라."
한 말은 읽지 못했습니다.

또 "말씀이신 하느님께서 혈육이나 사나이의 뜻이나 육욕에서가
아니라 하느님으로 좇아 나시었다."는 것을 거기서 읽었으나
"말씀이 사람이 되사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나는 또 그 책들에서 여러가지로 색다르게 말하는 것,
곧 "아드님은 아버지의 모습을 지니시나 그의 본체가 그러하신
대로의 아버지와 같으심을 굳이 지니고자 아니하셨다."고는
말했어도 "종의 형체를 취하사 사람과 같이 되심으로써 스스로
당신을 낮추셨느니라. 또한 겉으로는 사람과 같이 보이시고,
당신을 낮추어 죽기까지, 십자가에 죽기까지 복종하심으로써
당신을 낮추셨느니라. 이러므로 하느님께서 저를 죽은 이들 가운데서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저에게 주사 천상과 지상과
모든 이가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게하시며, 또한 모든 혀가
주 예수는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안에 계심을 고백하게
하였느니라."(필리 26-11)는 말씀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당신 외아드님이 시간 이전에 시간을 초월하여 당신과 같이
영원하시며 모든 영혼은 "그의 충만하심에서"(요한 1,16)
자기네 행복을 받고, 또한 그 스스로 머무시는 예지에 참여함으로써
예지를 다시 얻는다는 말은 있으나 "때가 오매 죄인들을 위하여
죽으시니 당신이 그 외아들을 아끼지 않으시사 우리 모든 이를
위하여 그를 죽음에 부쳐주시니라."는 말씀은 거기 없었습니다.

"당신께서 지혜로운 자들에게는 이를 감추시고, 미천한 자들에게
드러내신" (마태 11,25)까닭이오니, 수고하고 짐지 이들이
그에게 오면 그이 저들을 쉬게 해주시기 위함이옵니다.
그분은 마음이 겸손하고 양순하시기에 유순한 자들을 정의로
이끄시고, 겸손한 자들에게 당신 길을 가르치시며 우리 비천함과
수고를 보시고 우리의 온갖 죄악을 사해 주십니다.

그러하오나 학식이 높다고 뽐내는 자들은 "너희는 내 마음이
양순하고 겸손함을 내게 배우라. 이에 너의 영혼에 평안함을
얻으리라." (11,29)는 분의 말씀을 듣지 아니하고, "하느님을
알기는 하되 하느님으로 알아 모시지도, 또한 그에게 감사하지도
아니하였으며 오히려 제 허망한 생각에 빠져 그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으니 스스로 지혜롭다 일컬으면서 어리석은 자들이
되어버렸나이다" (로마 1,21-22).

거기에서 내가 또 읽은 것은 "불멸하는 당신의 영광을 우상과
가지가지 잡상, 곧 썩을 인간과 새와 짐승과 뱀들 형상으로
바꿔버린" (1,23) 것이었으니 이는 곧 이집트 음식이라,
'에사우'가 이로 해 기득권을 상실했듯이 당신의 장자인 백성은
이집트로 마음을 돌리는가 하면 당신 모습인 저들 영혼을
일그러뜨려 풀을 먹는 송아지 상 앞에서 당신 대신 짐승의
대가리에 절을 한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거기에서 발견했으나 나는 입을 대지는 아니하였으니
주여, 열등의 욕스러움을 야곱한테서 없이하고자 형이 동생을
섬기게 하신 당신께서는 이방인들을 당신의 상속으로 부르신
까닭이오이다.  나도 이방인으로부터 당신께 와서, 어디 있든
당신 것이기에 당신 백성으로 하여금 이집트에서 거져가라 하신
그 황금에 뜻을 두었습니다.

일찍이 당신은 당신 사도를 통해 아테네 사람들에게
(그들 중 누가 말한 것처럼) "당신안에 우리가 살고 움직이고
존재한다."(사도 17,28)고 말씀하셨거니와 저 책들이
그들한테서 온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도 나는 당신의 황금으로 만들어진 이집트의 우상엔 뜻이
없었으니 하느님의 진리를 거짓과 바꿔버린 자들은 
창조주보다 창조물을 섬기고 숭배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