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며 일에 파묻혀 살 때는 세상의 많은 일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기 일쑤입니다. 인생의 '가을'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즐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업적을 쌓는 대신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도 가을에 새 열매를 맺듯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도 노년의 과제입니다. 직접 손으로 무엇을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뜨개질, 그림 그리기, 도자기공예, 공작, 조형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옵니다. 겨울도 겨울만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겨울은 휴식과 고요로 충만합니다. 눈 덮인 풍경을 보면 마술에 걸린 듯합니다. 나이 드는 기술을 배우면서 가을과 겨울을 흉내내면 어떨까요? 아름답고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가을과 사랑의 온기로 가득 찬 평온하고 고요한 겨울이 되도록 노년의 삶을 가꾸는 것입니다.』

                                -  안젤름 그륀, <황혼의 미학>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