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중에서 둘째로 자란다는 것, 어떤 것인지 아실 겁니다. 장남이나 장녀로서 온갖 기대와 책임을 짊어지고 자라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그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는 둘째는 어릴 때에 가장 중요한 과제인 관심을 끌고 사랑받기 위해서 훨씬 더 노력을 하게 되고, 그 결과 대개 애교가 많은 아이가 된다고 합니다. 왠지 애처로운 대목입니다. 형이나 언니와 늘 비교되고, ‘형만한 아우 없다’는 선입견 속에서 한두 살의 차이가 엄청난 어린 시절에 그 차이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지만 늘 그 경쟁에서는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둘째의 운명입니다. 설령 둘째가 뛰어나서 첫째를 능가한다 해도 옛 어른들은 집안의 기둥인 첫째를 더 배려하고 그러한 역전 관계를 불편해하는 경우조차 있었습니다.

탕자의 비유에서 주인공은 왜 둘째 아들이었을까요? 예수님도 그런 편견이 있으셨던 걸까요? 아니면 장자권이라는 기득권이 없는 둘째가 자기를 증명해보이기 위해 모험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일까요? 작은 아들은 아마도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늘 착실한 모범생이었던 형에게 치어왔던 세월이 지긋지긋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 출발을 하고 뭔가를 이루어 자랑스럽게 돌아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 도와줄 사람도, 이끌어줄 사람도, 살펴봐 줄 사람도 없는 곳에서 그는 방탕한 생활에 빠지고 맙니다. 아마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좌절하기도 했을 것이고 순진한 그에게 들러붙은 질이 안 좋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물주가 되기도 했겠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한 기근까지 들어 순식간에 그는 거지꼴이 되고 맙니다.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그는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돼지 먹이를 먹으려 할 정도로 굶주리게 되고, 아버지께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는 스스로 죄인이라 고백하고 아버지의 아들 자격이 없다고 하지만, 과연 그의 잘못이 윤리적인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자기 몫의 재산을 청해 떠난 것이, 사회의 통념이나 기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일 수는 있으나 아버지를 거역하거나 속이거나 재산을 훔친 것도 아니었습니다. 재산을 탕진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의 재산이었고 그의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서 그의 잘못은 아버지를 떠난 것이었습니다. 그의 삶에 아버지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혼자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알게 된 것은 아버지를 떠나 살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그 그늘에서 살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근원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깨닫자 자신의 태도가 얼마나 건방지고 교만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종으로라도 받아달라고 애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모든 것을 담아두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아들을 그리고 걱정했을 뿐입니다. 아버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하는 것, 서로에게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잘잘못은 따질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저 다시 함께 하게 된 것을 기뻐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큰아들도 같은 마음을 갖기를 바라십니다.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시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예닮영성 심화길잡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