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뚝 떨어진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보살핌과 희생으로 성공한 사람이 그걸 잊고 잘난 척을 할 때, “뼈빠지게 키워놓으니까 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줄 안다”는 식으로 씁니다. “유럽의 사회보장제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줄 아느냐?” 처럼, 훌륭한 결과는 그만한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되어 생긴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쓰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뜻이지요. 자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줄 아는 사람은, 자기를 이루고 지탱해주는 자기 근본을 모르고 어리석게 처신하는 배은망덕한 독불장군이 됩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유다인들에게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그들이 첫 번째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말은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말이었습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고 수근거립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안다고 생각했고, 자기들이 아는 지식을 통해 예수님을 파악하고 판단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지식과 판단으로는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이끄심이 없이는 예수님을 알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군중들이 알아듣게 설명해주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을 통해서 믿음으로써만 예수님을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훌륭한 설명도 이 믿음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말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이 있어서 믿음의 결단 없이도 예수님을 따르도록 군중을 설득한다면, 그는 군중을 속이는 것이 됩니다. 믿음이 없이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예수님의 길을 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그분을 나의 지식이나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선물이요, 하느님의 아들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와 다르고 그분의 뜻은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는 그 뜻을 배우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벗어나는 하느님의 계획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을 보여주시는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과 뜻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다인들의 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들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고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는 것임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자기들의 지식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부족한 것인가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는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그들이야말로 자기들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부정한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과 계획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들의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어리석음이야말로 우리와 이 세상이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왔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사랑으로 태어났고, 그 사랑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보여주려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참된 삶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예닮영성 심화길잡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