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은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무리 봐도 제자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닙니다. 제자들은 같은 식구도 아니면서, 감히 스승이신 예수님의 이름을 빌어 기적을 행하는 그 사람을 말립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렇게 이르십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예수님은 자신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낸 그 사람을 ‘자신을 반대하지 않는 지지자’, 넓은 의미에서 ‘추종자’로 인정하고 계십니다. 제자 공동체의 중심이시며 ‘리더’이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나 우리와는 달리, ‘추종자’에 대한 넓은 생각을 보여주십니다. 이런 모습을 통해 ‘리더’와 ‘추종자’ 사이의 협력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나의 조직, 하나의 공동체에 있어서 중심인물이 누구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집안에서도 누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외식을 하는 경우, 연세 드신 어르신을 중심으로 하면 연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중심이 되면 패스트푸드점 또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조직 또는 공동체에 있어 중심인물, 즉 ‘리더가 누구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리더가 누구냐?’는 문제는 ‘리더가 어떠하냐?’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리더의 행동 특성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기골이 장대한 장군감을 가장 훌륭한 리더로 생각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람을 확 휘어잡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적극적이고 변혁적인 사람을, 다른 사람의 마음과 처지를 잘 읽고 그에 따른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사람을,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일을 함께하면서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을 리더로 여기기도 합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적합한 리더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리더에 대한 추구뿐 아니라, 새로이 대두되는 것이 추종자에 대한 인식입니다. 즉 리더에 대한 추종자들의 협력이 관심거리가 됩니다. 추종자가 리더의 가치관, 목표, 방향 등에 대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이 리더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능동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참여하는 유형이고, 둘째는 적극적으로 사고는 하지만 ‘그게 뭐 되겠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형입니다. 셋째는 ‘리더가 오죽 잘 생각했겠어!’하며 무작정 리더의 의견을 따르는 유형이고, ‘생각하기도 귀찮고, 새로운 것도 없고, 그러니 따르는 것이 낫겠다.’고 마지못해 따르는 수동적 유형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리더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사고하면서, 능동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참여적 모습을 보여야 건강한 추종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추종자들을 건강한 추종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 자신이 건강해야 합니다. 리더 스스로 적극적으로 사고하면서 능동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추종자들이 그렇게 할 때 기쁨과 감사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리더든 자신이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 순간에는 많은 추종자를 둔 리더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더가 추종자들의 의견을 듣는 순간엔, 의견을 제시하는 추종자가 리더요, 그것을 듣고 있는 리더 자신은 추종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으로 살아갈 때 보다 더 손쉽게 협력 관계를 이루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예닮영성 심화길잡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