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생활이 해를 더해 가면서 ‘혼인 주례’를 부탁받는 일들이 늘어납니다. 두 젊은 남녀가 만나서 검은 머리가 팥 뿌리가 되는 날까지, 아니 죽어서까지도 옆에 함께 자리하겠다고 다짐하며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그들을 축복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살아가는 동안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 말아?’, ‘내가 그때 참 잘 선택했지, 아니 내가 그때 미쳤지’하면서 티격태격하며 살아갈 모습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정말 그때 이 사람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지!’라는 마음이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또다시 선택의 순간이 와도 나는 당신과 함께 살거야!’라는 답을 어떻게 해야 들을 수 있을까요? 그냥 한 평생 한 지붕 아래, 한 이불을 덮고 산다고 들을 수 있는 대답은 아닐 것입니다.

한 사람이 어떤 낱말을 설명하면 다른 사람은 답을 말하는 게임에 참여한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일화는 우리에게 부부의 삶을 되짚어 보게 합니다. 할아버지께서 “당신과 나 사이?”라고 설명하자, 할머니께서 “웬수”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두 글자말고 네 글자?”하시자, 할머니께서 “평생 웬수”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낱말은 ‘천생연분’이었답니다. 할아버지는 ‘천생연분’으로 여기고 계신데, 할머니는 ‘평생 웬수’로 여기고 계시니,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서로의 삶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이 달랐던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삶을 가꾸어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가 아닌, 상대방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고 관심을 가졌다면 날마다 ‘천생연분’을 확인하는 나날이었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이사철이 되면, 이사 짐차에 제일 먼저 올라타는 사람, 그것도 애완견을 꼭 끌어안고 타는 사람’에 대한 우수개소리나 ‘늙고 힘 빠지면 그때 두고 보자!’는 넋두리를 하게 되거나, 듣게 된다면 슬픈 일일 것입니다. 슬픈 일을 만들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나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배우자의 소리를, 그 마음을 먼저 헤아려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되었으면 합니다. 늦었다고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말고, 오늘 지금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 예닮영성 심화길잡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