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일은 장미색 제의를 입는 ‘장미 주일’입니다.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여 성실히 부활을 준비하며 걸어왔던 사순시기를 돌아보며 삶의 여유와 재정비를 하는 주간의 시작입니다. 이 한 주간이 재의 수요일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결심했던 그 마음을 다시 떠올려보며 남은 사순시기를 더 충실히 보내려는 결심의 나날이었으면 합니다. 이런 회상과 결심을 통해 하느님과 우리 자신의 관계를 더 깊이 가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의 노예생활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삶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홍해를 건너며 하느님의 사랑의 손길에 감동하여 흥겹게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부르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너무나도 빨리 자신들을 해방시켜주신, 약속의 땅으로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불평만 일삼게 됩니다. 그런 이스라엘 백성은 불뱀을 만나게 됩니다. 불뱀 앞에 자신들의 무력함을 깨달은 백성들은 ‘우리가 야훼께 대든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뱀이 물러가게 해 주십시오.’라고 하느님께 다시 부르짖습니다. 백성들의 이 회개의 부르짖음에 하느님께서는 구리뱀을 만들어 쳐다보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들어 올려진 뱀, 구리뱀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 치유의 손길, 하느님 사랑의 손길이 떠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하느님을 잊고 불평만 하는 미숙한 생활, 그로인한 절망의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느님께서는 외면하지 않으시고 구원해 주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으로 인하여 깨어진 하느님과의 관계가 다시 회복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세의 손에 들어 올려진 구리뱀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관계 회복의 표징인 것입니다. 이제 구리뱀이 높이 들어 올려진 것처럼 예수님의 십자가가 높이 들어 올려질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 대한 아버지 하느님의 최고의 사랑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셨습니다. 이제 그 외아드님을 믿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주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높이 들어 올려지는 사건을 통해 하느님과 인류의 관계 회복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진리를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두움이 아니라, 생명과 진리의 빛 안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생명과 진리의 빛을 알아보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는 것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심판입니다. 하느님을 직접 뵈옵는 그날 그 시간을 희망하며 사랑 안에서 믿음의 삶에 충실해야겠습니다. 

                          - 예닮영성 심화과정 길잡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