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에게 있어 누구나 꿈꾸는 여행이 있다면 이스라엘 성지 순례일 것입니다. 구세주이신 예수님의 삶의 자리, 우리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작은 고을 베들레헴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의 하나일 것입니다.

오늘 동방박사들(가스팔, 멜키올, 발다살)은 베들레헴에 도착했습니다. 세 사람의 동방 박사들이 걸어온 길을 상상해 봅시다. 이스라엘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해 보았을 때, 아마도 그들은 사막을 지나왔을 것입니다. 사막은 어떤 곳입니까? 광활한 곳, 아무도 없는 곳, 여러 가지 위험이 있는 곳, 무엇보다도 외로움의 무게가 엄습하는 곳입니다. 동방박사들은 긴 여행을 위해 짐의 무게를 줄이려 최소한의 양식만을 준비했기에 굶주림을 겪기도 했을 것입니다. 타는 목마름이야말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이 의지할 것은 ‘유대인들의 임금님, 아니 인류의 구세주로 태어나신 분을 경배하라.’는 하느님의 말씀, 그리고 아기에게로 인도하는 하늘의 별 하나 뿐이었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구세주를 만난다는 희망과 기쁨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아니 하느님께서 우리 사람들에게 당신을 드러내보여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 사람의 동방박사들의 방문 사건을 표징으로 인류 모두에게 당신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변함없는 당신 사랑의 마음을 시간과 장소를 넘어서 오늘날까지 드러내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러나 모두가 구세주인 예수님을, 우리 가운데 오신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헤로데는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또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서도 아기 예수님을 뵙기 위해 길을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구세주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은가요? 동방박사들이 걸은 길, 아니면 헤로데가 걸은 길. 우리의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이 동방박사들이 걸은 길입니다. 아니 우리 모두는 이미 그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일상의 삶에서 ‘유대인의 임금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라고 찾는 동시에, ‘우리를 구원하신 하느님의 계명을 배울 때 마음속에 있는 이 사랑의 능력을 알게 되어 그 능력을 열심히 가꾸고 구세주가 예수님이십니다.’라고 증언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 공현을 기억하며 매 순간 순간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우리와 함께 계시는 구세주 예수님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찾아나서고 뵙는 우리 삶의 작은 결실들이 바로 우리가 준비하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