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전례시기의 마지막 두 번째 주일인 오늘 전례에서 교회는 우리에게 주님의 날이 오는 것을 대비하도록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오는 것에 대해 탈렌트의 비유를 통해 말씀하고 계십니다. 비유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오늘의 이야기에서 다섯 탈렌트를 받은 종과 두 탈렌트를 받은 종은 각각 그것을 값지게 활용하여, 다섯 탈렌트 혹은 두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그러나 한 탈렌트를 받은 사람은 땅을 파고 자기가 받은 것을 숨겨두었습니다. 그는 받은 탈렌트를 활용하지 않고 자기의 미래를 위해 안전하게 보관한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주인이 돌아와서 셈을 합니다. 다섯 탈렌트를 받은 종과 두 탈렌트를 받은 종은 그것을 값지게 활용하였다고 주인의 축복을 받습니다. 그러나 한 탈렌트를 받아 그것을 숨겨둔 종은 그가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불행을 당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제자들, 그리고 선포된 이 말씀 듣고 사는 우리는 주인이 선사한 탈렌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주인의 뜻을 올곧게 헤아리는 마음, 그리고 행동에 대해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하신 주인의 기쁨을 누리려는 희망으로 주인이신 오시는 주님께 신뢰를 둬야하겠습니다.

한 탈렌트는 당시 육체 노동자의 십오년 치 임금보다 더 큰 돈입니다. 사실 종에게 그런 거액의 돈을 맡긴다는 것이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오늘 복음의 비유는 신앙인이 어떤 은혜로움을 살고 있는지, 또 그 은혜로움 앞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비유에서의 탈렌트는 여러 가지의 의미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집니다. 그 가운데, 대 그레고리우스의 복음서 강해에서는 다섯 탈렌트는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통해 외부의 것을 인식하는 다섯 가지 감각의 선물로 봅니다. 두 탈렌트는 이론과 실천을, 그리고 마지막 한 탈렌트는 이론만을 뜻한다. 더 나아가 대 그레고리우스는 교회 안에는 영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세상일에 쓰는, 한 탈렌트를 받아 땅에 숨긴 사람과 같은 이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의 강해를 통해 우리는 ‘탈렌트’에 대한 이해를 집회서17장 5절부터 10절의 말씀과 함께 묵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위치에 관해 전하고 있는 이 말씀은 하느님께로부터 부여 받은 능력, 곧 탈렌트에 대한 이해로 받아들여도 좋을 듯합니다.

“그들은 주님의 다섯 가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덧붙여 그분께서는 여섯 번째로 그들에게 지성을 나누어 주시고 일곱 번째로 그분의 능력들을 해석할 수 있는 이성을 주셨다. 그분께서는 분별력과 혀와 눈을 주시고 귀와 마음을 주시어 깨닫게 하셨다. 그분께서는 지식과 이해력으로 그들을 충만하게 하시고 그들에게 선과 악을 보여 주셨다. 그분께서는 그들의 마음에 당신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 주시어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보게 하시고 그들이 당신의 놀라운 일들을 영원히 찬양하게 하셨다. 그분의 위대한 업적을 선포하기 위하여 그들은 그분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미하리라”(집회서 17,5-10).

집회서의 말씀 속에는 하느님으로부터 선물, 곧 탈렌트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 선물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특별히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에 당신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 주시어,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 하느님이 이루신 일들을 찬양하며 선포하는 행위가 탈렌트를 활용하는 실천임을 일러 줍니다.

탈렌트의 많고 적음이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지 않게 하려면 한 탈렌트를 받은 종의 무지와 어리석음이 무엇인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부류에 해당하는 한 탈렌트를 땅에 숨긴 이의 해명과 이를 향한 주인의 꾸짖음은 복음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알게 합니다. 그 종은 주인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주인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그 종은 자신의 생각에서 나오는 두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그 두려움으로 잘못된 해결책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종은 주인이 맡기고 간 재산에 대한 주인의 뜻을 잘못 받아들인 것입니다. 주인은 그의 탈렌트를 잘 보존하라고 맡긴 것이 아니라 활용하여 좋은 결과를 내라고 맡겼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기에 주인은 세 번째 종에게 너는 내 돈을 활용했어야 했다고 말하며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비유에서 중요한 가르침은 우리가 하느님에 대한 생각을 굳은 신뢰 속에 긍정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가 하느님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가진다면, 그때는 우리 삶이 풍요로워질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엄한 주인이 아니라 사랑과 너그러움으로 충만한 아버지를 보여 주셨습니다. 주인이 다시 오실 때 주인과 함께 누리는 기쁨은 바로 사랑과 너그러움으로 충만한 아버지께서 선하신 능력에 대한 깊은 성찰 속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의 기쁨은 무엇이든 자신이 받은 것을 활용하는 능력을 우리 구원과 우리 이웃의 유익을 위해 쓰는 당신의 자녀를 당신의 기쁨으로 삼으십니다.

대 그레고리우스는 주인과 함께 누리는 기쁨에 대해 이렇게 해설하고 있습니다. 탈렌트의 활용에 대한 주인의 뜻은 현세에 살면서 아무리 선행을 많이 한 것 같아도, 우리가 받을 영원한 상과 비교하면 그것은 아주 적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받은 선물에서 그가 느끼는 내적인 기쁨이 너무나 커서, 썩고 마는 외부적인 것은 그 어느 것도 이제는 더 이상 그를 슬프게 하지 만들지 못한다고….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