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의 전례로써 전례주년이 끝나게 되는 날입니다. 교회가 이 축일을 전례주년의 마지막 주간으로 기념하는 의미는 그리스도의 왕권이 전례적으로 전례주년 전체를 종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이 우리가 믿고 있는 대로 하느님의 나라가 이 세상과 인류와 교회의 생활 속에서 시작됨을 알리고 있는 것이라면 그리스도의 왕권은 복음을 이해하는 열쇠가 됩니다. 오늘은 우리의 신앙과 우리의 전부이신 그리스도께 합당한 신뢰와 사랑을 드려야 할 모두가 함축되어 있는 축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권위와 권능에 대해 확신하시는 장엄한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이 장면은 예수님께서 수난의 고통을 겪으신 후 영광스럽게 되시어 천상 아버지의 오른쪽에 앉으시도록 초대받으셨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최후의 심판 장면에서 열거된 사람들은 굶주린 이, 목마른 이, 나그네, 헐벗은 이, 병든 이, 감옥에 갇힌 이들입니다. 복음에서 전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한 마디로 세상 사람들로부터 쉽게 외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마태오 복음의 최후의 심판의 이야기에서는 성서에서 예시되고 있는 자비의 행위에 대한 전통적 목록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이사 58,7; 토빗 4,16 참조). 반면에 새로운 내용이 소개됩니다. 그것은 사랑의 행위에는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거절하는 행위는 아주 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어려운 사람들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신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복음은 그런 사람들을 영접하고 그들을 보살피며 살라고 말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께서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있는 사람들을 일치시키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현존이 ‘왕’으로서, ‘심판자’로서 당신 사명의 본질을 결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왕권을 건강한 영혼 안에서는 건강하게 드러내시며, 병약한 영혼들 안에서는 아프십니다. 그리스도의 현존 안에 사는 의인들은 그리스도를 반가이 맞으며, 그 의인들은 의로움을 가르침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의로움의 옷 조차 없어 벌거벗은 이들에게 옷을 입히십니다. 바로 이것이 왕이신 그리스도께 행하시는 일이요 사명입니다(「마태오 복음 미완성 작품 강해」 54 참조).

그리스도의 현존은 하느님의 의로움과 사랑이 온전히 깃들어 드러나는 세상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그리스도께서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들 사이의 일치는 당신의 사명,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생애와 운명의 동질성 안에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사회로부터 압박과 핍박을 당하셨으며 거부와 배척을 당하셨습니다. 불의와 불행 고통 배척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죄와 윤리적 타락이 함께하기에 어디서든 악을 고발하고 단죄하셨습니다. 이런 까닭에 그분은 다른 사람들부터 또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더 나아가 종교적 구조 등에 의해 불의를 당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가까이 계십니다.

그리스도의 왕권은 인간들과 사물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통치와 지배가 아님을 기억합시다. 그리스도의 왕권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에 대한 진정한 평가이며 모든 인간의 손상된 몸과 마음속에 박혀 있는 품위에 대한 새로운 이해입니다. 그분을 받아들일 때만이 인간의 품위를 진정으로 증진시킬 수 있고 인간의 모든 궁핍과 깊은 원의를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엄중한 최후의 심판 장면 전체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각별한 배려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분의 영광에 결합시키려는 그분의 의지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세상 종말에 우리는 사랑에 대해 심판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형제자매, 곧 세상의 모든 사람으로 말미암은 그 사랑으로 드러난 예수님의 사랑으로 심판받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나라는 사랑의 나라며, 어디에서나 사랑을 확산시키기를 간절히 바라는 나라입니다. 그리스도의 ‘왕권’은 그분이 구원하러 오셨으며 ‘하느님의 자녀들’로 세워주신 모든 인간들을 위한 왕권이기도 합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