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사람아, 작은사람아

그레치오는 항상 성탄입니다

	관리자

순례를 떠난지 일주일이 되었다.                 피곤하다. 길을 떠난 사람의 몸과 마음이 이런 것일까.                성체성사를 세우시기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그분 역시 먼 길을 걸어 왔고 그래서 힘든 인생길을 걸어온                제자들의 처지를 잘 아셨으리라.                당신이 떠난 후에 제자들이 걸을 길에 대한 걱정도 있었을 것이다.                머리도 아니고 손도 아니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것은                그래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는 별로 안 걷던 사람들이                순례길에 나서서 걷기 시작하자 발바닥이 아팠다.                  저녁이 되어 발을 물에 담그면 그 피로가 씻어지는 것 같았고,                그렇게 다음날이면 괜찮아져서 다시 걸을 수가 있었다.                                            (101page중에서)

입력일 : 2016.02.25

박지영  (2016-02-25, 15:21) 길을 떠나는 탄력있는 가쁨도 긴 여정의 길 위에선 앉고 싶은 간절함이 몰려옵니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 보는 것 먹는 것 조차 다 무력하게 느껴져 그저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쉬는 것. 빈 공간사이를 공명하며 팅~ 하고 울릴 것만 같은 쉼이 절실합니다.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께서 황송하다 발빼는 제게 말씀하십니다. 그럼 너와 나의 관계가 무엇이냐... 부끄러운 발을 내어 맡기곤 심장이 뜨거워집니다. 발을 내어 맡길 수 있음도 씻을 수 있는 닮음도 내 힘이나 생각으로는 되어지질 않는다는 것... 모두 내어 맡기고 홀로이 서성입니다. 언덕 위 시원한 나무 밑에서 바라 본 바람은 참으로 눈물겹게 스쳐갑니다. 각양각색의 소리를 느낌으로 전달하는 언덕 하늘 밑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