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메온의 노래는 성무일도 끝기도의 일부로 매일 바치는 기도입니다. 이 끝기도의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이 하느님의 축복을 청합니다. “전능하신 천주여,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물론 오늘 밤 죽게 해달라는 의미의 기도는 아닙니다. 하루를 충실히 살고 편안히 쉬게 해 주시고, 그와 마찬가지로 나의 삶도 거룩하게 살아서 미련과 후회 없는 죽음을 맞게 해 달라는 기도이자 다짐인 것이지요. 이런 삶의 모델이 바로 노인 시메온입니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설마 본인이 그렇게 주장하거나 자랑하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의 삶을 보고 다른 이들이 그렇게 평가했을 터인데,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을까요?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이분이 매우 나이가 많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연세에 어울리지 않게 정정한 근육질 할아버지여서 장수하시는 것은 아니고 세상의 무엇이 아닌 신비한 힘이 그분을 지탱하듯이 작은 몸집에 조용하고 소박한 노인이 아니셨을까 생각됩니다. 별 바라는 것도 없고 늘 기도하면서 그 존재만으로 주위를 평화롭게 만드는 그런 분이겠지요. 이미 이세상과 저세상의 경계를 초월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서 봉헌하려 할 때, 예수님과 시메온 할아버지는 아름다운 대조를 이루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됩니다. 작지만 넘치는 생명력 속에 거룩한 약속의 씨앗을 품고 있는 아기 예수님과, 희미해진 그 약속을 마지막 생명줄로 삼아 이젠 조급할 것도 없이 고요하게 마지막 평화로 자신을 이끌어줄 표징을 기다리고 있던 노인 시메온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격스러운 만남을 갖게 됩니다. 그의 기다림이 거룩하고 성실한 삶으로 충분히 성숙하였기에, 다른 이들은 그 절정을 보고도 깨닫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약속의 성취를 그 씨앗만으로 감격하고 기뻐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참으로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것으로도 충분하고 넘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약속이 참으로 결정적으로 실현될 그 표징,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음으로써 그는 이미 하늘나라에 와 있음을 세상 누구보다도 먼저 체험한 것입니다.

20세기 영국의 작가 G.K. 체스터튼의 ‘저녁’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여기 또 하루가 저무나니,

나에겐 눈과 귀와 손이 있었고

나를 둘러싼 위대한 세상이 있었지;

그리고 내일은 다른 날이 시작된다네.

왜 이틀이나 주시는 걸까?

또 다른 하루가 필요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감사하게,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우리는 이미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시메온 노인의 일생은 그렇게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되었고, 이제 예수님의 새 생명이 그가 지켜온 약속을 완성하기 위해 봉헌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하루를 하느님께 봉헌하였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