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박사의 경배 이야기는 참 매력 있습니다. 성탄 성극의 단골 메뉴입니다. 박사, 현자라고도 하고 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동방에서 온 이들의 방문은 온 세상을 구원하실 메시아의 탄생의 의미를 적당히 신비롭고 놀랍게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 보기에는 동방이라는 곳 자체가 신비로운 곳입니다. 외모도 생활양식도 생각도 다른 곳이고 깊은 지혜와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생각되었습니다. 난데없이 왕의 탄생을 경배하러 ‘별을 따라’ 왔다며 예루살렘을 찾아온 이들의 방문에 온 예루살렘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특히 권력에 민감한 헤로데 임금은 이들을 이용해 잠재적인 위험을 제거하려는 흉계를 꾸미기도 합니다. 심지어 박사들이 돌아오지 않자 죄없는 어린이들을 학살하기도 했으니 예수님의 성탄을 가장 민감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불행하게도 이 헤로데였던 것입니다.

그럼 다른 이들은 어땠을까요? 목동들은 천사들을 통해 예수님의 성탄을 알고 경배하였지만 사실은 꿈인가 생시인가 했을 것 같습니다. 두려움과 놀라움과 기쁨 속에서 평범하지는 않은 한 아기의 탄생을 경배하였지만, 그 의미를 자기 삶과 어떻게 연결시켰을지는 상상에 맡겨야 하겠습니다. 별을 보고 왕의 탄생을 알아 먼 길을 걸어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과는 아무래도 그 깨달음의 깊이가 달랐다고 봐야겠죠.

예수님의 부모 역시 얼떨떨했을 것입니다. 경황없이 마구간에서 출산을 하고 구유에 아기를 누이고 근처 들판에서 찾아온 목동들의 방문과 축하야 그렇다고 하지만 동방에서 귀한 선물들을 들고 찾아온 박사들의 경배는 이 소박한 부부를 혼란스럽게 했을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천사의 알림과 잉태의 과정 등을 통해 이 아기가 귀한 몸이고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미지의 세상에서 찾아온 박사들을 맞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동방의 부자들은 여행하다가 아기의 탄생을 목격하면 축하하고 선물하는 특별한 풍습이라도 있는가보다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우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일들을 경험합니다. 평범한 나에게 이런 특별한 일도 생기는구나 하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우리는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특별한 존재인 것을 그런 일을 통해 깨달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의 외아드님을 보내셨다면, 그리고 그분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을 바치셨다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귀한 존재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우리 자신이 그것을 믿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