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길을 닦고 그분을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오히려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 대해 증언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을 두고 군중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는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나갔더냐?”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보려고 합니까? 척박한 시대에 우리는 가벼운 것들을 찾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시사 프로그램보다 개그 프로그램이나 아이돌 가수의 춤과 노래를 보고 들으려 합니다. 시대의 어두움과 우리의 책임을 촉구하는 예언자의 목소리보다는 나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나보다 못한 이들을 나에게서 격리해주겠다는 달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안 그래도 답답하고 어두운 세상을 구태여 상기시키는 목소리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광야에 나가는 것은 고운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예언자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고운 옷을 입은 사람은 왕궁에 있습니다. 가볍고 세속적인 위로는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당에서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예언자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성당에서도 이런 가볍고 달콤한 소리를 기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개는 세속적인 기준을 버리고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세속적인 기준과 기대를 움켜쥐고 거기에 하느님을, 복음을 맞추려고 하는 이들에게 복음은 결코 기쁜 소식이 될 수 없습니다. 입으로는 마더 데레사의 삶을 칭송하면서 마음으로는 재벌가의 삶을 동경한다면 광야에서도 예언자를 만날 수 없고 복음에서 구원을 발견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요한은 어머니의 태중에서 눈도 뜨지 못한 채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분을 알아보고 그분을 증언하는 사람입니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는 말은 따라서 바로 요한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는 복음을 누구보다도 먼저 받아들였고 그 증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증언을 통해 회개하고 예수님의 복음을 받아들여 하늘 나라에 가게 되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큰 행복을 찾게 됩니다. 복음을 알아보고 예수님을 믿고 받아들이는 행복이 크다 해도, 그 복음을 자기 삶으로 완성하여 예수님의 참된 제자요 하느님 아버지의 참된 자녀가 되는 행복에 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는 말씀의 뜻입니다.

그러니 생각해봅시다. 나는 오늘 교회에서, 복음서 안에서 누구를 만납니까? 고운 옷을 입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예언자입니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얻습니까? 세속적인 욕심입니까? 아니면 회개와 복음입니까? 나는 내 입맛에 맞는 하느님의 말씀을 찾고 있습니까? 아니면 하느님의 복음으로 내 삶을 송두리째 뒤집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