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1일. 마야 달력에 따른 세상 종말의 날이라고 관심을 모았던 날입니다. 그러나 그날이 지나간 지도 벌써 일 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물음의 존재, 특히 미래의 불확실한 사건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존재인 듯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세상의 종말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지 궁금해 합니다. 그리고 그날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표징을 읽어내야 하는 지 궁금해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루살렘 성전에 모인 사람들은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사회적으로 불안, 공포, 죽음의 위협이 있을 때 사람들은 종말을 떠올립니다. 전쟁이나 반란, 커다란 지진이나 기근, 전염병과 같은 재해, 하늘에 나타나는 표징들 등 이런 것들을 보게 되면 종말이라고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것은 종말의 표징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신앙공동체에 닥쳐오는 박해와 같은 환난도 종말의 표징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종말은 반드시 오지만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 때를 향해 한걸음씩 걸어갈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거짓 그리스도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구약 시대에 하느님의 뜻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인간의 뜻을 내세운 거짓 예언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종말을 준비하는 오늘의 시대에도 거짓 그리스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오심과 부활로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영원한 생명의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그 길에는 이런저런 유혹의 소리들, 현상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 대한 온전한 믿음 안에서 지금 여기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종말을 준비하는 삶임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러면 언제, 어디에서 종말이 오더라도 우리는 기쁘고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