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프랑스 북서부의 작은 봉쇄 수녀원에서 24년이라는 아주 짧은 생을 마감한 한 앳된 수녀를 기억합니다. 커다란 업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녀는 뛰어난 학자도, 선교사도, 순교자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너무 평범하고도 단순한 삶을 살았던 분입니다. 기도, 청소, 부엌일, 그처럼 평범하고 단순한 삶이었지만, 그 평범함 안에 비범함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기억합니다. 그 비범함이란 하느님께 대한 사랑, 그리고 이웃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마리 프랑스와즈 테레즈 마르탱 (Marie Francoise Therese Martin)은 루이 마르탱(Louis Martin)과 젤리 게랭(Zelie Guerin)의 아홉 자녀 중 막내딸로 프랑스 북서부 알랑송(Alencon)에서 1873년 출생하였습니다. 4살이 채 못 되어 어머니를 여읜 후, ‘리지외’로 이사하여 성장하였습니다. 11살 때인 1884년 첫 영성체를 하고, 1886년 성탄 전야 미사 직후, 예수 그리스도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삶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습니다. 두 언니, 마리(Marie)와 폴린느(Pauline)의 뒤를 이어, 리지외의 맨발의 카르멜 수녀원에 1888년 4월 9일 입회(15세 때)하여, 1897년 24세의 나이로 죽기까지 9년 반 동안 지극히 평범한 수도원 생활을 하였습니다. 수도원 규칙에 충실하고 자신에게 부여된 작은 직무들을 충실히 실천하였습니다. 1893년 수련장 서리로 임명되어 4년 간 직무를 수행하였고, 이 시기에 ‘작은 길’이라는 자신의 고유한 영성을 실천하였습니다. ‘작은 길’은 하느님 앞에서 지니는 가장 순수하고 겸손한 태도의 삶입니다. 1897년 9월 30일 “나의 하느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의 소명, 마침내 저는 그것을 찾았습니다. 제 소명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교회의 품 안에서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저의 어머니이신 교회의 심장 안에서 저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하며 선종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자리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자녀로서, 부부로서, 부모로서, 직장인으로서,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런 평범한 우리의 삶이 비범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말입니다. 비록 우리가 거창한 어떤 업적을 남기진 못하더라도, 하느님 안에 우리 삶의 작은 꽃송이를 봉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태양의 빛이 닿은 만큼, 태양의 빛을 받아들이는 만큼 빛을 발합니다. 우리도 달과 같은 존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의 빛이 닿은 만큼, 하느님 사랑의 빛을 받아들이는 만큼, 그 사랑의 빛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나에게 주어진 자리, 그 평범한 자리를 비범한 자리로 가꾸어 가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 예닮영성 심화과정 길잡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