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은 강생의 신비와 성경이 닮은 꼴이라고 보았습니다.

둘 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사람을 위해 사람의 눈높이로 내려와 주신 것 혹은 '자기낮춤synkatabasis, condescensia'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런 관점은 <계시헌장>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영원한 지혜의 놀라운 자기낮춤",13항).

영원한 말씀께서 그 절대성과 영원성을 손상시킬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의 살을 취하셨듯이, 여러 가지 인간적인 오류에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성경의 글자들을 취하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앙의 걸림돌은 강생에서나 성경에서나 동일합니다. 포대기에 싸여 시골 여관 마구간의 구유에 누인 아기 안에서 하느님의 영원한 말씀을 알아뵙고(루카 2,7 참조), (...) 하느님 같은 건 눈을 씻고 보아도 없을 것 같은 십자가 형장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뵙는 것이 신앙의 눈입니다. 사실은 이것이 참된 그리스도교적 의미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관상 觀想, theoria'입니다.

요컨대, 보이지 않는 영원하신 말씀을 나자렛 예수의 몸 안에서 알아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같은 말씀을 인간의 오류에 필연적으로 노출된 성경 안에서 알아뵈어야만 합니다.』

                    - 이연학, <성경은 읽는이와 함께 자란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