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가 있답니다. 다랑이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랍니다. 계속 비가 안내리는 가뭄이 들면, 애써 모내기한 논바닥이 거북등마냥 쩍쩍 갈라진답니다. 그렇게 어린 벼포기가 말라갈 때 농부의 마음도 갈라지고 말라갑니다. 애가 탑니다. 그러다 단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윗논에 고였던 물이 터진 물고로 내려올 때, 그 소리가 세상 어떤 음악보다 더 듣기 좋다지요. 생명을 살리는 소리가 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보기 좋은 모습이 있답니다. 자기 자식 입속으로 밥이 들어가는 모습이랍니다. 어미는 굶어도 자식만 먹일 수 있다면 뭔들 못할 것이 없습니다. 입이 짧은 아이를 두었을 때, 어떻게 하면 잘 먹을까 궁리하면 이것저것 만들었는데 그 중에 하나라도 좋아할 때, 고생스런 기억을 남기지 않는 것이 사랑의 마음, 먹이고 싶은 마음이지요. 병치레로 도통 못먹던 사람이 조금 회복해서 무엇인가 입으로 넘길 때 세상 다 얻은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어렵던 시절, 식구는 많고 양식은 빠듯하던 시절, 어렵사리 고기 반찬 하나 만들었는데 시부모님 상에 올리고 남편과 여러 자식들 앞에 차려놓으면 차마 제 차례는 오지 않았다는 어머니들의 회고를 듣습니다. 그런데 조금 살게 될만하고, 아들 녀석 출가 시켰더니만, 시집온 새아기가 어머니상에 올린 고기 반찬 보고, 철없는 아들이 ‘우리 엄마는 고기 못드셔’했다던 그런 이야기.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제 숟가락에는 올릴 수 없고 다 먹이자니 자신은 입에 댈 수 없었던 그 모정을 느낍니다.

  예수님에게서 그런 모성애를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개설하신 사흘간의 복음 연수 과정에 참여했던 많은 참가자들!! 그들이 영적으로는 부요해졌지만 육적으로는 허기가 졌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배곯아 쓰러지면 어쩌나 하는 염려의 마음이 있습니다. 걱정하고 가엾어 하는 마음, 성심입니다. 그 마음이 기적의 원동력이 됩니다.

  누구는 더 먹고 누구는 덜 먹는 것은 주님의 방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무리지어 앉게 하십니다. 먼저 온 사람에게 더 많은 차지가 되고, 나중에 온 사람에게는 돌아갈 것이 없는 불균형을 막으시는 것이죠. 그리고 제자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빵을 분배하도록 명하십니다. 많은 이들이 몰렸을 때,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시는 것이죠. 이런 세심함이 더해져서 그 들판의 식사는 풍요한 기적의 대명사가 됩니다.

  이사야서는 하느님 나라의 잔치를 묘사합니다. 손수 음식을 차려주시고 술을 빚어 내어주신는 풍성함이 하느님의 통치가 실현될 때 벌어질 일들이라는 것이죠.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잔치야말로 하느님의 일하심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과 불평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많은 갈등을 노출하고 분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데, 너무 다른 처우와 불리한 신분보장을 받음으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랍니다. 주님께서 내려주신 처방의 지혜, 다 먹고도 오히려 남게 만들 수 있는 그 지혜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은 나만 배불러서는 언제나 허기가 질 수 밖에 없다는 엄마의 사랑과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