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들리지 않는 것과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날때부터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은 제대로 말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남의 말소리와 자기 말소리를 듣고 비교하면서 발성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외국어를 배울 때에도 듣는 것이 잘 안되면 - 귀가 뚫리지 않으면 - 말하는 것도 잘 되지 않습니다. 이 장애는 주로 의사소통의 문제입니다. 의사소통에 있어서는 양쪽이 다 필요합니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듣기만 하거나 내 말만 하는 것은 정상적인 소통이 아닙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소통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아마 소통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국민의 소리를 듣는 절차를 무시하고 듣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자기 생각을 밝히지 않아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거짓이 밝혀져도 으레 그러려니 책임을 묻지도 지지도 않습니다. 이들은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별로 답답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듣지 못하는 그들에게 말하려 하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그들에게서 진실을 듣고자 하는 힘없는 백성들이 답답할 뿐입니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비유적으로 귀먹고 말 더듬어 고통받는 사람들은 힘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듣고 싶어하지만 듣지 못합니다. 이 풍요로운 사회에서 열심히 배우고 일하면서도 왜 이리 힘들어하고 부끄러워하고 억울해하며 살아야하는지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합니다. 질문을 해도, 항의를 해도 답이 없습니다. 어른들에게, 직장 상사에게, 지식인들에게, 언론인들에게, 법조인들에게, 종교인들에게, 공직자들에게 묻지만 답을 얻지 못합니다. 또한 이들은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하지 못합니다. 자기 의견을 얘기하고, 처지를 호소하고, 주장을 얘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 소리를 의미 있는 것으로 듣게 할 힘과 능력이 없는 것입니다. 또박 또박 말을 해도 이상한 음으로 심하게 말을 더듬은 것처럼, 무시하거나 조롱하고 왜곡합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들으려 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나 모두 불행합니다. 그들은 진리의 소통을 포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의건 타의건, 힘없는 쪽이건 아쉬울 것이 없는 쪽이건, 진리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그 소통을 포기하게 되면 결국에는 진리 그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리, 진실의 소통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진리를 믿지 않으면 희망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고, 삶의 모든 참된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처지는 참으로 가련합니다. 예수님은 그를 보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십니다. 그리고 “열려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포기했던 소통이 열리게 되면 모든 것이 새로워집니다. 그 새로움은 놀라움을 낳고, 예수님의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이 기적의 표징은 더욱더 널리 알려집니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사람 사이의 소통이 열리면 하느님과의 소통도 열리게 됩니다. 사람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게 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믿고 희망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귀와 입이 열립니다. 그래서 이들은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를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