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
우리 모두가 미사를 시작하면서 바쳐온 ‘삼위일체 정식’의 기도문입니다.

하느님은 ‘삼위이며 일체이시고, 일체이며 삼위이시다’는 ‘삼위일체 교리’는 천주교 4대 교리중의 하나입니다. 삼위일체에 대한 고백은 신앙의 신비입니다. 신앙은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닙니다. 인간의 지성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신비, 그래서 그저 신비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신비입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삼위일체이심은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신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그 체험과 이해는 ‘삼위의 관계성’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맺는 삼위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사랑’입니다. 삼위의 관계 맺음의 방식, 존재 방식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이시기에 나누임 없이 온전히 한분 일 수 있으십니다. 그러므로 삼위일체의 체험은 사랑이 깃든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또한 사랑이 있는 곳에서 삼위의 현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삼위일체의 신비를 이해하고 새길 수 있는 자리는 전례 행위 안에서입니다.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영광송과 대영광송을 바치면서, 또 사도신경을 바치면서, 강복을 받으면서 우리는 삼위일체의 신비에 대한 믿음을 끊임없이 되새기는 것입니다. 또한 사랑의 관계 안에서 삼위일체의 신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새길 수 있는 곳은 우리의 가정입니다. 가정은 다양한 관계가 맺어지는 삶의 자리입니다. 그 관계들 안에서 삼위일체의 사랑의 관계를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시는 삶이셨습니다. 또한 이 사랑의 진실함이 하느님을 향한 진실함으로, 그리고 이웃 사랑을 향한 진실함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가치 기준에서는 사랑을 준 바로 그 사람에게 그 사랑을 돌려주기를 기대합니다. 더욱이 자신이 받은 사랑보다 더 크거나 적어도 그 만큼은 돌려받기를 기대하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신앙인의 가치 기준에서는 사랑을 준 바로 그 사람에게 그 사랑을 돌려줄 수도 있지만, 다른 제3의 인물에게 돌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 더 나아가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삼위일체의 사랑을 온전히 보여주신 예수님의 삶이 그러하셨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