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기심은 유용하기도 합니다. 예수님 시대보다 지금, 우리는 씨앗이 싹을 틔워 자라나는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씨앗의 유전자를 조작하기도 하고, 필요한 양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비료로 주기도 합니다. 그 덕에 소출은 많아졌지만 씨앗은 열매를 많이 내는 대신 스스로 병을 이겨내지 못해 농약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또, 그 소출을 위해서는 화학비료에 의존합니다. 이렇게 맺어진 열매를 다시 심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고, 해마다 조작된 종자를 구입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하느님이 담아주신 생명의 힘은 그 비중이 작아지고 인위적인 조작은 점점 강해져서 농민들은 종자 값, 비료 값, 농약 값으로 해마다 빚을 지고 농사를 시작합니다. 원래는 그런 것을 알지 못해도 하느님께서 키워주시고 먹여주시는 가장 남는 장사가 농사였는데, 이젠 그렇지가 못합니다. 농사짓기도 비싸고 힘들고, 농작물 가격도 점점 더 비싸지고, 심지어 유전자 조작과 농약 등으로 안전하지도 못하답니다. 이제 다시 각자가 먹을 것을 길러서 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어설프게 알고 개입한 것이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다는 진리를 우리는 늘 잊거나 외면하는 실수를 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르고 짓는’ 농사의 비유로 하느님 나라를 알려주십니다. 사람이 늘 ‘안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의 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또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 열매로 우리는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어머니의 음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랑을 먹고 자라나듯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을 섭취하고 그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느님 나라의 열매를 거두고, 나누어 먹으며 살아갑니다. 어린 왕자의 말대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합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을 싫어합니다. 때로는 모르는 부분을 부정합니다. 아는 것만으로 세상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아주 얇은 막과 같은 부분 뒤에는 무한한 신비의 영역이 있습니다. 신비는 우리가 알지 못해서 신비가 아니라,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신비입니다. 사실, 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은 모두 신비입니다. 사랑도 신비요, 사람도 신비입니다. 세상을 알려고만 하면 이용하고 다투게 됩니다. 세상을 신비로 보고, 알 수 없음을 인정하면 세상을 사랑할 수 있고, 그 열매의 양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알지 못하면 신비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고 ‘아는 것’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때로는 욕심에서, 때로는 두려움에서, 때로는 그 밖의 온갖 어리석은 아집에서 옵니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느낀 만큼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병인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비유로 말씀하셨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말씀이 어려워서만은 아닌 탓에, 알아들을 사람만 알아듣는 것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