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입니다.

그들 모두 12사도 중의 하나였지만, 사실12사도를 떠올릴 때, 대번에 생각나는 이름은 아니지요. 게다가 복음을 찾아 봐도 그들의 이름은 그리 자주 나오지를 않습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야고보 사도의 경우,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제배대오의 아들 야고보와는 다른 인물입니다. 복음에서 그의 이름은 많이 언급되질 않고 있지요.

우리가 기억하는 야고보. .즉, 베드로와 함께 산에 올라 예수님 앞에 나타난 모세와 엘리야를 만난 사람,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라고 한 사람은 모두 제배대오의 아들 야고보입니다.

오늘 복음은 12사도 중의 하나였던 그들의 축일을 맞아, 예수님과 필립보 사도 사이에 오고 갔던 대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 너희는 내 아버지를 이미 뵌 것이다”라 하시자, 뜬금없이 그는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라고 얘기하지요.

이미 본 것이나 다름없다 하시는데, 그냥 그 분을 뵙게 해달라 말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용기 있는 대답이기도 합니다. 그 누가 감히 하느님을 직접 내 눈으로 보겠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이스라엘이 모두 야훼 하느님을 경외하며 살았던 당시, 그의 이런 발언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다른 복음 안에서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그의 모습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대단히 논리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처음 예수님을 만나 그는 크게 감화하여, 나타나엘에게 가서 말하기를,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는데, 나자렛 출신의 예수라는 분이라고 말하지요. 나타나엘이 다시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니, 필립보는 “와서 보시오.” 하고 말합니다. 그냥 두 말할 것 없이 당신도 와서 눈으로 직접 보고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필립보가 복음 안에 다시 등장하는 것은 5천명을 먹이신 기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필립보를 시험해 보시려는 마음으로,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지요. 이 때 그는,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하지요. 저들을 어떻게 먹일 수 있겠습니까?라는 즉각적인 반문이 아니라, 이미 계산적으로 응답하는 그의 모습은 왜 그를 예수님께서 시험해 보려 하신 건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지요.

그런 그의 모습은 오늘 복음 안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제 그에게,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라 하시며, 당신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는 당신 안에 계시다고 알려 주시지요.

처음엔 미숙한 모습, 모자란 모습을 참으로 많이도 보여 주는 제자들입니다. 그러나 교회 안의 존경 받는 사도들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우리 역시 나약하고 모자란 모습 안에서도 주님을 꾸준히 따르며 성숙한 신앙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됩니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삶의 이런 저런 순간 속에 흔들리고, 갈등하고, 또 여러 가지 생각들 안에 갈피를 쉬이 잡지 못할 때도 있었지요.

그러나 당신 말씀과 행적으로 아버지 하느님을 알려 주시는 주님을 통해, 그들은 주님 안에 계신 하느님을 믿고 따르며, 복음을 전파하는 위대한 사도들로 거듭나게 됩니다. 오늘 복음 속 표현처럼, 아버지께서 아들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신 당신의 일들을, 이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후에는 그들이 맡아 하게 된 것이지요.

복음의 마지막에 예수님께서는 이제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말씀하십니다.

필립보와 야고보, 그리고 그 분을 따른 다른 사도들과 모든 신앙의 선조들은 바로 이러한 주님의 말씀 안에 희망을 얻고, 또 힘을 얻지 않았을까요? 그 분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 그리고 나의 청을 거절하지 않으신다는 말만큼 기쁨과 위로와 힘이 되는 말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특별히 복된 사도들의 축일을 지내며, 우리는 부족한 생각과 모습들 안에서도 주님을 믿고 따르며,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한 그들을 기억하면서,

당신께 청하는 이들을 물리치지 않으시고,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주겠다.”하신 주님께, 당신을 온전히 따르는데 필요한 은총을 우리에게도 내려 주시기를 겸손되이 청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