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부활하셨다>는 신앙의 핵심적인 자료를 마음으로부터 믿고 또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러한 신앙의 확인이 비이성적이며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바울로가 부활에 대한 믿음을 아테네인들에게 전하였을 때, 그들이 어떻게 말했던가요? “저 떠벌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이방신을 선전하는 사람인 것 같군” (사도 17, 18).

부활사건에 대한 논쟁이 역사 안에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어떻게 예수님의 부활사건을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예수님이 우리 인간 역사 안에 태어나셔서 말씀하시고 행하신 여러 가지 일들과 십자가의 수난, 죽음은 역사적 자료를 통하여 확인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활사건은 예수님 탄생, 세례, 최후만찬, 십자가의 죽음처럼 역사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사건이 아닙니다. 부활사건은 그 자체로 인간 체험을 초월하는 신적 사건입니다. 우리는 우연히 대학로를 걸어가다가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는 현장을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활사건은 이렇게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과는 다릅니다.

부활사건은 하느님께 속한 신적 사건, 인간 역사를 초월하는 사건입니다. 그것이 우리 인간을 위하여, 인간 역사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부활사건은 역사를 초월하는 영역과 역사적 영역 사이에 일어난 사건, 말하자면 <접경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신적 영역의 사건이 역사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부활사건을 다른 여러 인간의 역사적 사건과 똑같은 시각으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