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하느님과 나만의 관계 안에서만 고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로부터 신앙을 전해 받았고 그 받은 신앙을 또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관계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이들의 신앙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으며 또한 나의 신앙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도 신앙을 지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행동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야고 2,17)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행동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의 의지입니다. 의지에서 선한 행동도 악한 행동도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천하는 믿음을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나의 의지를 하느님께 일치해 드리는 것입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의 믿음은 행동하셨고 또한 일꾼들 역시 행동하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성모님은 먼저 예수님을 믿으셨습니다. 잔치에서 술이 떨어진 어려운 상황을 예수님께서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 주실지 모르셨지만 당신 아드님이 바로 하느님이시며 사랑과 자비이신 분임을 믿으셨고, 그분이 주시는 모든 것은 선하고 좋은 것이라는 것을 믿으셨습니다. 그래서 일꾼들에게 신뢰를 가지고 당부하셨던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성모님의 믿음 안에서 일꾼들의 행동이 일어났고 주님께서는 당신의 첫 영광을 드러내셨으며 제자들은 주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들의 어머니로서 이러한 믿음을 키워주고자 하십니다. 우리도 당신과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느님을 믿고 그분이 하시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믿음을 통해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진정한 행복과 구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와 함께 믿음의 길을 걸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을 보증해 주고 볼 수 없는 것들을 실현해 줍니다." (히브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