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잘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올바로 성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찰을 위한 좋은 성경말씀들 중 하나가 창세기 3장인데, 여기에는 낙원에 살던 아담과 하와가 어떻게 죄를 짓게 되는 지 잘 나타납니다.

뱀은 하와가 가련하고 딱한 처지에 놓인 것처럼 그녀에게 말을 건넵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창세 3,1)
죄의 첫 단계는 유혹입니다. 유혹은 늘 왜곡된 이유로 시작됩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선악과를 제외하고는 어떤 열매든지 다 먹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하와가 자신의 말을 듣도록 주의를 끈 뱀은 다시 한 번 거짓으로 유혹합니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창세 3,4-5)
뱀은 하와로 하여금 하느님과의 신뢰관계를 깨뜨리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하느님을 옹졸한 신의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불편하게 만드시고, 인간의 자유로움을 빼앗는 존재라고 가르칩니다.

마침내 하와는 스스로 열매를 따서 먹게 되고, 자신의 남편도 먹도록 합니다.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아담도 하와가 겪었던 유혹의 과정을 그대로 겪었을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처럼 눈이 밝아져 서로의 부끄러움을 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하느님의 위치에 서려고 했기 때문에, 이제 하느님이 필요없어진 것입니다. 하느님이 필요치 않다고 느끼는 상태, 이것이 죄입니다.

그래서 아담과 하와는 죄를 지은 후 두렁이를 만들어 입고, 하느님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에 숨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가 죄를 지으면 하느님 앞에 나서기가 힘들고 부담스러워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죄를 지으면 하느님께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그분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으며, 그분 없이 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사람을 부르십니다 :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물으신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스스로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살펴보라는 의미에서 물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배신한 이들에게 무조건 그 죄를 물어 야단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시며, 그들을 살피시는 분이십니다. 성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우리들에게도 하느님께서는 물으십니다 : “너 어디 있느냐?”

후원회 특강, 2012년12월 8일, 김효석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