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웰빙(well-being), 힐링(healing)과 함께 영성(spirituality)이라는 주제가 가장 주목받는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영성이라는 주제가 전례 없는 관심사가 되어 많은 신앙인들이 영성생활 실천에 나서고자 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성생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점은 좋은 일이겠지만, 혹시 무분별한 실천으로 인하여 잘못된 영성생활로 접어들까 하는 걱정도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 예수님께서도 산상설교에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치십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이렇게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에게는 거룩함에로의 보편적인 부르심이 주어졌습니다. 우리들은 영성생활을 통하여 매일매일 발전하여 완덕을 완성하여 하느님 대전에 나아가는 영적여정을 걸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흔히 우리들은 미사전례를 비롯하여 성당에서 행하는 각종 전례 신심 행사에 참여하고, 이웃사랑의 일환으로 희생봉사 활동을 실천하면서 ‘종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종교생활이 구체적으로 우리들의 영적 상태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다른 종교에서도 자신들이 믿는 절대자에게 나아가기 위한 ‘영성생활’을 실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같은 단어, 같은 명칭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리스도교에서 이야기하는 영적 여정과는 분명히 관계가 없습니다. 한편 전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무신론자들 중에서도 자신들의 자아 발전을 위하여 ‘내적생활’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우리가 이야기하는 내적 성찰의 삶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이러한 경우를 잘 살펴서 구별 하여야만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요사이 우리 사회에서 상담심리학이 유행같이 번지며 제법 인기 있는 분야가 되면서 교회에서도 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을 무리하게 그리스도교 영성생활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물론 심리학적 방법론의 일부가 영성생활을 활성화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을 수 있겠지만, 심리학이 영성생활을 대치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가톨릭 신앙인들은 한민족이 지신 무속신앙적인 종교심성을 공통분모로 하여 다른 종교와 쉽게 교류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혼합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게 됩니다. 우리들의 영성생활은 분명히 다른 모든 것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점이 있다는 것을 역시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아주 전문화되어 있는 신학적 주제 다음에 영성이라는 단어를 첨가하여 마치 다양하게 전문화된 영성생활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위이신 주님도 결국 한분 하느님이시고, 다양한 은사들도 결국 한 영에서 나온 같은 은사이듯이, 우리들의 영성생활도 여러 가지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완덕을 향해 발전해 나가는 영적 여정 한 가지뿐이라는 것입니다.
과거 수도자들이 발전시킨 ‘거룩한 독서’에서 성경읽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묵상을 하고 기도로 승화시켜 최종적으로 관상을 통해 하느님과의 합일을 체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즉, 우리들의 영성생활은 성경을 통해 주님을 올바로 인식하고 고백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계신 곳이 우리들의 종착점이라는 것입니다. 중간 과정이 비슷하다고 하여 모두 같은 영성생활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출발점인 예수 그리스도에서부터 출발하여 올바른 도착점인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향하는 영적 여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멘.

후원회 특강, 2013년 5월 11일, 전영준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