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의 변화된 삶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은 신약성경의 사도행전입니다. 사도행전은 주님의 부활과 승천 후 성령께서 오시는 것을 시작으로 성장해 가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은 스승이 죽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박해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이러한 사도행전의 초반부에 우리는 처음으로 공동체를 이루었던 신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 공동체의 모습은 하나의 모범으로 항상 신자들이 염두에 두고 생활해야 할 이상적인 공동체로 소개됩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사도들을 통하여 많은 이적과 표징이 일어나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2,42~44).

루카가 전해주는 초대교회의 삶을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1) 사도들의 가르침: 사도들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복음선포, 곧 사도들이 체험한 예수 그리스도의 드라마, 사람이 되시어 나자렛에서 나시고 사도들과 함께 활동했으며, 예루살렘에서 수난하고 죽고 부활한 것을 의미합니다. 사도들은 예수님과 함께 머물러 있도록 불린 사람들이며(참조: 마르 3,14), 함께 활동했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인들이기 때문입니다.
2) 친교: 친교는 말 그대로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냥 단순한 모임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루는 일치를 말합니다. 흔히 친교의 시간이라 하면 모여서 음식을 나누는 것을 생각하지만, 이것은 친교의 가장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중심에 누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3) 빵의 나눔: 빵을 떼어 나눈다는 것은 사도행전과 신약성경 안에서 예수께서 행하셨던 주님의 만찬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지금의 미사와 동일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신앙인들은 함께 모여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했던 만찬을 기억하고 재현하며 자신들의 신앙을 이어나갔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빵의 나눔, 곧 미사는 지금의 신앙인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 ‘기억을 통한 현재화’(Anamnesis)는 기억하는 것을 통해 그 사건이 지금 여기에서도 재현된다는 개념으로 이것은 성체성사를 통한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 주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4) 기도: 빵을 나누는 것이 경신례(敬神禮)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기도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나타내는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인들은 한마디로 ‘기도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공동생활: 사도행전이 전해주는 공동생활을 지금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형태의 나눔을 통해 그 의미를 실천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초대교회의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사는 것’이었고, 지금 우리도 신앙 안에서 개인의 구원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의미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공동생활에서 그들은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가졌다는 점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개 “필요한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더 많이, 더 크게,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현대의 삶에서 무엇이 내게 필요한 것이고 또 무엇이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이 유익하지 않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참조: 1코린 6,12) 나의 원의보다는 나의 필요와 유익을 위한 것을 청하고 찾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세일 것입니다.

사도행전은 이처럼 이상적인 초대교회의 모습을 전해주지만, 다른 한편으로 공동체 안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 또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사도행전 15장은 50년경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예루살렘 사도회의’의 내용을 전해줍니다. 지금의 공의회라 할 수 있는 이 회의는 당시에 있었던 문제, 특별히 구원에 대한 문제들을 상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교회에 들어오면서 발생한 문제들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 문제들은 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의 중심에는 유다교에서 개종한 이들과 새롭게 이방인이었다가 그리스도를 믿게 된 이들의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갖게 된 유다인들은 자신들처럼 이방 출신의 사람들도 모두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불거진 첫 번째 갈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도회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집되었고 모든 사도들과 바오로 사도 그리고 교역자들이 모여 ‘할례’는 요구하지 않고 단지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 그리고 피를 먹지 않을 것과 함께 불륜을 행하지 말 것을 신앙인들에게 필요한 것으로 정합니다.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과 함께 이러한 갈등을 함께 보여주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동체 역시 아무 갈등 없이 평화롭게 살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문제와 갈등이 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함께 신앙 안에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려는 열정과 노력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신앙을 향해 나아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고, 조금 더 이상적인 공동체에 다가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원회 특강, 2013년 9월 14일, 하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