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가족 여러분 평안하시지요? 지난 5월 12일 우리 ‘물이솟는샘 가족’들은 ‘당고개 성지’에서 성모 어머님의 마음을 새기며, 그 모범에 따라 살아갈 결심을 하는 소중한 연례 피정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귀한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셨지만, 그날 사정상 함께하지 못하여 아쉬워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또 다시금 새기기 위하여 그 날의 묵상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은 숨을 거두시기 전에 당신의 어머니와 사랑하시던 제자 요한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예수님께서는 제자 요한 안에서 당신의 어머니를 우리 모두의 어머니로 주셨습니다. 세상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오롯이 받드는 참 신앙인으로 평생을 사신 성모님께서는 이제 천상에서 우리를 위한 전구자로서의 삶을 살고계십니다. 믿음의 모범이요 수호자이신 성모님을 마음에 새기며 그분께서 걸어가신 신앙의 여정을 묵상하여 봅시다.

(1) 천주의 모친이신 동정 마리아님께서 성령으로 인하여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낳으심을 묵상합시다.
가브리엘 대천사가 알려준 잉태 소식에 나자렛 처녀 마리아는 마음이 착잡하면서도 하느님께로부터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움과 벅찬 기쁨으로 받아들입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성모님은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열 달 동안 당신 태중에서 고이고이 길러 오신 아기 예수님을 베틀레헴의 초라한 마구간에서 낳으셨습니다(루카 2,1. 3-7).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보잘 것 없는 아기가 되어 오신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봅시다. 그 사랑을 우리에게 전해준 성모님의 봉헌을 기억합시다. 그리하여 우리 또한 어떤 처지에서이든 베들레헴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던 그날의 그 감사와 찬양을 우리의 삶을 통해 노래해야겠습니다.

(2) 천주의 모친이신 동정 마리아님께서 성전에서 시메온 예언자의 예언을 들으신 데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아들 예수님과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성모님께서는 아무런 죄 없이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머리에 가시관을 쓰시고, 어깨에는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타 언덕을 향해 올라가는 아드님을 만나셨습니다. 십자가에 짓눌린 당신 아드님의 처참한 모습에 성모님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십니다. 차라리 당신이 아드님의 저 가시관을 쓰고, 저 십자가를 지고 싶은 마음이십니다. 이 순간 성모님은 아직 어린 아기인 예수님이 많은 사람들의 ‘반대 받는 표징’이 될 것이라는 시메온의 예언을 떠올립니다(루카 2,25-32). 세상의 반대에 맞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전하며 외로운 길을 걸어온 아드님의 지난 삶을 돌아보십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기억하며, 또한 당신 아드님의 삶에 함께하신 성모님의 고통을 헤아리며 우리 자신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나아갈 수 있어야겠습니다.

(3) 천주의 모친이신 동정 마리아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시는 아들 예수님과 함께하심을 묵상합시다.
성모님은 당신의 아드님이 십자가 위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슬픔에 피눈물을 흘리십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평생 동안 보여준 아드님이 그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린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드님을 외면하고 떠나갔지만, 어머니는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십자가의 길을, 십자가의 죽음을 끝까지 지키십니다. 아들이 어떤 처지에 있든 함께하고자 하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그렇게 성모님은 예수님의 한없는 고통과 함께하고 계십니다. 이런 어머니에게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말씀하시어 사랑하는 제자 요한과, 그리고 요한 안에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연을 맺어주셨습니다.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기뻐하셨던 성모님은 이제 골고타 언덕 십자가 아래에서 아무런 죄 없이 죽으신 당신 아드님을 품에 안고 애통해하십니다(참조. 루카 23,52-56). 우리도 성모님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우리를 둘러싼 모든 상황, 그것이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행복한 일이든, 모든 것을 천상 어머니께 의탁하며 ‘사랑의 길’을 걸어갈 수 있어야겠습니다.

(4) 천주의 모친이신 동정 마리아님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의 시신은 돌무덤에 묻혔고, 무덤 입구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큰 돌로 막아져 있었습니다.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다시는 만나볼 수 없다는 슬픔이 성모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당신의 아드님이 무덤에서 일어나셨다는 ‘부활’의 소식을 전해 줍니다. 참으로 놀랍고 가슴 벅찬 소식이었습니다. 그 기쁨은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고 또 출산할 때의 기쁨보다 더 크게 울려옵니다. 죄와 죽음의 권세를 꺾고 부활하신 당신의 아들 예수님 안에서 오래전부터 선조들에게 약속되었던 구원의 기쁜 소식이 마침내 당신의 눈앞에서 벅찬 현실이 되어 온 것입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성모님은 당신 아들 예수님의 부활의 첫 인사가 오늘도 세상 곳곳에, 모든 가정에,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가득하길 간구하고 계십니다.

(5) 천주의 모친이신 동정 마리아님께서 예수님의 영접을 받으시며 하늘에 올라 천상의 모후로 면류관을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제자들과 성모님은 부활하신 주 예수님의 승천을 목격합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생에 대한 희망을 일깨워주십니다. 이제 하느님 아버지 오른편에 오르신 예수님은 우리를 당신의 영광에로 부르십니다. 예수님은 그 누구보다도 당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이 구원의 기쁨에로 부르셨습니다. 이미 아들 예수님의 구속공로의 은덕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셨던 성모님은 이제 하늘나라에로 불림을 받아 천상모후의 면류관을 받으셨습니다. 성모님은 하느님 앞에서 우리 죄인들의 구원을 위해 전구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서 당신과 함께 영원한 복락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하고 계십니다. 교회가 당신 아드님의 가르침에 충실하여 이 세상에 구원의 방주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계십니다.

▶ 성모님처럼 우리도 부활하신 예수님의 천상 영광에 동참할 그날을 희망하며, 인생길에 우리의 도움, 우리의 희망이신 성모님과 의탁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의 삶을 봉헌해야겠습니다.

후원회 연례피정, 2012년5월12일, 조성풍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