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법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2007년 7월 북이탈리아의 사제들과 나눈 대화중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창조와 이 지구에 내재된 법을 존중해야합니다. 우리가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이 법을 배우고 그것을 따라야합니다.” 교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지구의 생태계가 급속하게 파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는 지난 40억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우리 인류가 또 다시 대멸종의 시기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모든 생물종의 50%에서 90%가 사라졌던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자연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면 현재의 대멸종은 인간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인간 사회의 소비경향은 지구의 생태계가 지속가능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고, 특히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류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아왔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이 사실을 알았던 인류가 아직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소비하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우리 문화의 상황은, 마치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병의 원인도 알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고, 또 그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기후변화 등의 생태계 위기가 우리와 후손들에게 너무나도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현실은 우리의 문화가 병들었다는 증거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비정상적 문화를 가져온 원인을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찾습니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늘어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고, 오직 인간만이 주체성을 가지며, 모든 피조물은 객체로서 인간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고, 이것이 오늘날 문화적 위기 상황을 낳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이 이 세상에서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다른 피조물과 달리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 다른 모든 피조물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피조물과 우리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바뀌지 않는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생태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략 138억 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창조되었고, 지구가 형성되었고, 그 지구에 원시생물이 창조되었고, 마침내 우주의 역사에서 볼 때 지극히 최근에서야 인간이 창조되고, 인류문명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먼저 지구의 법을 통해 생태계가 움직이도록 준비시키셨고 그 바탕위에 인간을 창조하셨음을 기억하고, 그 지구의 법을 따라서 살도록 창조되었음을 명심해야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구의 법을 따르는 지구상의 다른 피조물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또 그들을 보호하면서 살라는 명을 받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구의 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서 지구가 병들고 있습니다.
지구가 병들고 생태계 파괴될 때, 즉 우리가 지구의 법을 따르지 않고 지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살아갈 때 그 결과로 인한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입게 되는 이들이 누구입니까? 바로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국가와 이웃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이들입니다. 그들을 돕는 것은 바로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고 가르치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명을 따르는 길입니다. 우리가 이 사랑의 계명을 생태계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시대에 실천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지구에 의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더 자주 기억하면서 다른 피조물들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우리의 삶과 소비의 형태를 바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에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너무나도 중요한 회개의 모습입니다. 베네딕토 교황님의 말씀을 자주 떠올리면서 우리의 영성생활이 생태계 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더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질 때입니다.


후원회 특강, 2014년 3월 8일, 백종연 바오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