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성심, 그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를 치유하심


오늘 이 세상의 얼마나 많은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추상적인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위로와 사랑을 원하고 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복음서를 통해 참으로 아름답고 온유한 마음을 우리에게 보여 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상처와 아픔에 진실로 공감하며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연민과 사랑 가득한 마음입니다. 특히, 고통 받는 사람들과 죄인들을 향하여 그 온유한 마음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치유하시기 위하여 스스로 피 흘리시고 상처 입으신 ‘상처 입은 치유자’이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공관복음서에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는 가운데 기적을 행하시는 이유가 바로 이렇듯 병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시고 가엾이 여기시는 자비롭고 온유한 마음 때문임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마태 14,14)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도움을 청할 때,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마르 1,41) 그를 고쳐 주십니다. 또 아들을 잃은 과부를 만나셨을 때에도, “그 과부를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루카 7,13) 예수님께서는 그 죽은 외아들을 다시 살리십니다. 예리코에서 눈먼 두 사람을 고쳐 주실 때에도 역시 “가엾은 마음이 들어”(마태 20,34) 그들의 눈에 손을 대어 그들이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니다.
그리고 악령에게 사로잡힌 아이에게서 그 영을 쫓아내는 기적을 행하신 동기 역시 바로 그 아버지가 예수님께 자비를 간구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하실 수 있으시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마르 9,22)
사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의 근본 동기 역시 굶주린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연민과 측은지심(惻隱之心)이었습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내가 저들을 굶겨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 더구나 저들 가운데에는 먼 데서 온 사람들도 있다.”(마르 8,2-3)
그리고 치유의 기적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복음 선포를 하시고 가르침을 주실 때에도 그 동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마태 9,35-36)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 시작하셨다.”(마르 6,34)
복음서 저자들은 이러한 대목들에서 드러나는 예수님의 고유한 사랑과 자비를 가리키기 위하여 ‘가엾은 마음이 들다’(스플랑크니조마이, σπλαγχνίζομαι)라는 특별한 동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마음을 배우고 느끼며 실천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014년6월14일, 후원회미사, 박준양 세례자요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