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서는 창세기 1-11장 사이에는 교리에서 말하는 아담의 원죄 이외에 세 가지 전형적인 인간의 죄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선악과를 따먹는 원죄는 언급하는 창세기 3장을 살펴보면 죄의 본질은 선악과를 먹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정해 주신 선을 넘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피조물 중 가장 높은 지위를 부여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의 지위를 넘어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유혹을 느끼게 됩니다. 아담과 하와는 그런 이유에서 선악과를 따먹지만 결국 남는 것은 하느님과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사실만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하느님과 같아지기는 커녕 자신의 약점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인간이 피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마치 하느님과 같이 절대목적으로 들어올리려하는 것이 원죄의 본질이고, 자기 자신을 그렇게 들어 올리는 순간, 인간은 하느님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쓰라림을 느낄 따름입니다. 오늘날의 상업주의는 소비 촉진을 위해 소비자를 마치 주인처럼 받듭니다. 또 개인주의가 사회 공동체와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왜곡되는 수가 많습니다. 이때 개인은 하느님도 이웃도 의식하지 못하는 채로 쉽게 자기 자신을 절대목적으로 들어높이게 되는데, 이로써 개인은 하느님과 같은 지위를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불행하게 됩니다.

성경이 두 번째로 언급하는 것은 형제 살인이라는 죄의 사회적 형태를 말합니다. 본래 카인은 악한 사람의 전형이고 아벨은 선한 사람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둘 다 아담과 하와의 자녀로서 형제 관계에 있었고 둘은 서로 다른 직업을 영위하며 경쟁관계에 있었습니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언급되는 것은 본래 건전한 경쟁관계가 과도하게 치닫게 될 때에 다양성은 파괴되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부인하는 죄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글로벌 세계라고 일컬어 지는 현대 사회는 이러한 두 번째 원죄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해야 한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불공평한 조건에서 시작된 경쟁에서는 약자가 희생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에서 흔히 목격하게 됩니다. 경쟁이 너무 과열되다 보니 자신이 살아 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것이 예사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우리는 타인과 이웃을 나와 다른 공동의 행복을 위한 협력자로 볼 수 없고 오히려 경쟁관계나 적대관계에서 파악하게 됩니다.

세 번째 원죄는 창세기 6장에 나오는 하느님의 아들들과 인간의 딸들이 결혼을 하면서 세상에 악이 만연하게 된 사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신 것을 후회하시고 세상을 멸망시키실 계획을 세우십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죄는 개인의 하느님께 대한 죄도 아니고 개인의 이웃에 대한 죄도 아니라 한 사회 전체 안에 죄가 겉잡을 수 없이 퍼져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부모님들의 과다한 교육열로 인해서 희대의 희생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과외로 학교교육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학생들은 뛰어 놀 시간도 없이 잠 잘 시간도 없이 과다한 학습요구에 편협하게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머리 속에 지식은 늘어가지만 그 지식을 전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배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식에도 불구하고 삶이 찌들어갑니다. 더불어 진학도 취업도 결혼도 어려워집니다. 부모님들은 부모님대로 빠듯하게 생계를 꾸리면서 소득의 잉여부분 전체를 자녀들의 사교육을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 자녀들에게 투자하고 자녀들은 모든 즐거움을 포기하고 노력하지만 이 모든 희생의 최대 수혜자는 자녀도 부모도 아니라 사교육 종사자입니다. 누구도 이러한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이 상황으로부터 발을 빼지 못하고 모두가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이러한 사회전체가 죄의 결과로 고통받는 모습을 이미 인간의 원죄 중에 하나로 그리고 있습니다.

마직막 원죄는 바벨탑의 이야기에 관련됩니다. 여기서 이야기 되는 것은 인간의 무한한 능력이 오히려 인간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건축 능력을 비롯한 하느님으로부터 선사받은 천재적인 능력을 통해서 많은 일을 이룰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만심을 갖게 하거나 그 능력을 통해서 타인을 지배하려고 할 때 그 능력은 오히려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구약 성경이 말하는 이러한 네 가지 원죄는 인간의 삶 안에 죄가 얼마나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가를 알려줍니다. 죄의 본질은 인간이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데 협력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이기적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것입니다. 이럴 때 인간은 더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행해 집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맞갖은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생을 주님을 위해 사신 성모님과 같이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온갖 불의와 유혹에 맞서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셨고 악을 악으로 갚지 않으신 대신 십자가를 받아들이셨습니다. 하지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이 예수님을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죽음을 통해서 죄를 쳐 이기셨습니다. 이로써 인간은 죄가 극복될 수 있음을 희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로 기우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과 성모님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경향에 거슬러 하느님의 뜻에 순종할 자유도 가지고 있습니다. 죄를 이야기 하는 것은 죄의 노예로 사는 것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의 힘보다 비교할 수 없이 강하고 풍요로운 큰 하느님의 은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형제 자매님들, 부활의 기쁨 속에서 하루 하루 주님의 뜻을 이루는 행복한 나날들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