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나오는 말씀은 우리의 신앙생활을 위해 구구절절 주옥같은 말씀이다!
콜로 3,12-17[주교회의 ‘성경’]:
12 그러므로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13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14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
15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 여러분은 또한 한 몸 안에서 이 평화를 누리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16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 지혜를 다하여 서로 가르치고 타이르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리십시오. 17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1. 그리스도 신자들은 누구인가?(콜로 3,12ㄱ)
1콜로 3,12에 나오는 “그러므로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라는 말씀 안에는,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 신자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요약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1.1.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바오로 사도에 의하면 (사도들이나 선교사들처럼 일부 특정한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 신자가 ‘하느님께 부름을 받은 사람’이고,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께 선택을 받은 사람’이다. 이점은 이미 바오로 사도의 첫째 서간인 테살로니카 1서에도 나타나 있다. 예컨대 1테살 1,4에서 바오로는 테살로니카 교우들을 다음과 같이 부른다. “하느님께 사랑받는 형제[자매]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이 선택되었음을 압니다.” 1코린 1,9에도 ‘하느님께 부름 받았다’는 표현이 다음과 같이 나온다. “하느님은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맺도록 여러분을 불러 주셨습니다.” 우리 각자가 하느님께 부름(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또한 각자 하느님께 ‘사명’을 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1.2. “하느님께 사랑받는 사람”
이 호칭은 방금 인용한 1테살 1,4에도 분명히 표현되었고, 로마서의 서두 인사 안에도 다음과 같이 나온다.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이들로서 하느님께 사랑받는 로마의 모든 신자에게 인사합니다.”(로마 1,7).
그리스도 신자들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사람’, 하느님께 사랑받는 ‘하느님의 자녀들’이라는 자의식은 바오로가 선포한 기쁜 소식의 핵심내용이기도 하다. 이 점은 그리스도인들이 지니고 있는 ‘자유’ 개념과 함께 나오는 다음의 중요한 구절들에서 명확히 나온다. 갈라 4,6-7과 로마 8,15 그리고 로마 5,5이 바로 그 곳이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5) 이 말씀은 바오로 사도가 선포하는 ‘복음(福音)’이 문자 그대로 왜 ‘기쁜 소식’인지 가장 쉽게 보여주는 구절이다. 바오로 사도에 의하면 그리스도 신자들은 믿음과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살아가는 사람들(갈라 3,27; 로마 6,3-5 참조)로서, 성령을 선물로 받았다(1코린 6,11; 12,13; 갈라 3,2.5 참조). 그리고 ‘그리스도의 영’이시며 동시에 ‘하느님의 영’이신(로마 8,9-10 참조) 이 성령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 그분(하느님)의 자녀들이 되었다(갈라 4,6-7; 로마 8,15). 바오로 사도에 의하면, 성령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담뿍 받은 상태에 있다는 것'(여기 콜로 3,12외에도 참조: 1테살 1,4; 2테살 2,13; 로마 1,7)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이 누리는 기쁨과 평화의 원천이며, 그들의 자유와 ‘불굴의 희망’의 근거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받는 이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에 대하여는 특히 로마 8,32.39를 볼 것. 그런데 바오로 사도가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것이 외적으로 원하는 대로 잘 풀려갈 때에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로마 5,3 참조).

1.3. “거룩한 사람”
그리스도 신자들을 ‘거룩한 이들’, ‘성도’(聖徒)들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마 1,7의 다음 말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마 1,7에서 바오로는 자신이 쓰고 있는 로마서의 수신자들을 다음과 같이 부르며 인사한다.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이들로서 하느님께 사랑받는 로마의 모든 신자에게 인사합니다.” 여기서 “성도[聖徒]로 부르심을 받은”(그리스어로 kletoi hagioi)이라는 표현에 나오는 ‘거룩함’의 의미가 무엇이냐에 대하여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좀 있다. 그리스어 kletoi hagioi를 ‘거룩한 이들이 되도록 부르심을 받은’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부르심을 받은 성도들’(이 경우에 hagioi라는 말은 ‘신자들’이라는 말을 대신하는 관용어로 사용된 것임)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피츠마이어 같은 학자는 여기에 나오는 ‘거룩함’의 의미를 구약성서의 용례를 제시하며 ‘아무런 죄도 없는 상태’를 뜻하기보다는 ‘하느님께 속해 있음’의 의미로 이해한다. 사실, 구약성서에서 ‘거룩한 백성’이 ‘거룩하다’고 불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계명을 완전무결하게 지켰다는 데 있지 않고,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사실에 있다.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이 세상 뭇 민족들 가운데서 그들을 ‘부르시어’(‘따로 가려내시어’) ‘당신 것’으로(참조 탈출 19,5) 삼으셨다는 데에 있다. 필자도 '거룩함‘에 대한 이러한 이해가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 신자들을 ’거룩한 이들‘(성도들)이라고 부를 때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오로에 의하면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의 공동체는 하느님께서 마지막 시대[세말]에 이 세상 민족들 가운데서 ‘따로 불러 모으신’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이다(참조 1고린 1,2).
그리고 “여러분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느님의 영으로 깨끗이 씻겨졌습니다. 그리고 거룩하게 되었고 또 의롭게 되었습니다.”라는 1코린 6,11의 말씀을 보면 “거룩하게 되었다”라는 말은 믿음과 세례를 통하여 ‘모든 죄의 용서를 받고’ ‘의롭게 되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거룩하신 하느님’과 친교를 맺기 위해서는 인간은 먼저 ‘거룩하게 되어야 한다.’[성화,聖化의 필요성]). 그런데 중요한 점은 ‘거룩하게 되는 것’이 자기 자신의 윤리적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1코린 6,11과 1,2가 보여주듯이, 그리스도 신자들은 그리스도 신앙을 처음 가질 때 ‘선사받은 거룩함’을 계속 보존하도록 부름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2.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에 합당한 삶
신앙생활과 관련된 Indicative(직설법)과 Imperative(명령법)의 관계

2.1. 콜로 3,12ㄴ-13
바오로는 12절 앞부분에서 그리스도 신자들의 정체성에 대하여 말한 다음, 이어서 그에 합당한 생활을 할 것을 권고한다. 권고 되는 내용은,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 용서, 그리고 사랑이다.
동정과 자비: 필리 2,1!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이라고 번역된 부분은 그리스어 원문에서는 스플랑크나[동정]과 oiktirmoi[자비] 두 단어로 되어 있다. 호의: 이 덕목은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품성(선하심과 자상하심)을 설명할 때 사용되던 것이다(시편 14,1.3; 34,9 ).
겸손(tapeino-phrosyne): 필리 2,3.5.6-11(그리스도 찬가). ‘겸손’에 관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다음 말씀은 큰 도움이 된다. “무슨 일이든지 경쟁심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시오.”(필리 2,3) ‘겸손’이라고 번역된 단어는 그리스어로 ‘타페이노-프로쉬네’(‘낮춘[낮게 내린] 마음’)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그리스 사람들 사이에서 ‘덕’이 아니라 수치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성서에서는 중요한 덕으로 평가된다. 특히 잠언 3,34에 의하면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은총을 베푸신다.” 잠언의 이 말씀은 야고 4,6와 1베드 5,5에도 그대로 인용된다. 마태 11,29에 의하면 예수님의 마음(예수 성심)의 특성은 ‘온유’와 ‘겸손’이다. 그리고 복음서의 말씀을 면밀히 살펴보면, 역사의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주신 가르침의 핵심도 ‘겸손’과 관련된 것, 곧 ‘사랑으로 섬기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었다(특히 마르 10,42-45 참조). 필리 2,3에 의하면 ‘겸손’이야말로 신앙공동체를 일치에로 이끄는 길이고, 반면에 ‘경쟁심’과 ‘허영’(헛된 영광을 좇는 태도)이야말로 일치를 깨트리는 지름길이다. 1코린 8,1의 다음 말도 참조: “지식은 교만하게 하지만, 사랑은 일으켜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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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prautes): 오만과 이기심의 특성인 거침과 완고함과는 반대로 ‘온유’는 다른 이에게 봉사하려는 겸손과 사랑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온유한 사람들은 땅을 상속받을 것이다.”(마태 5,5; 시편 37,9.11). 바로 앞에 인용된 마태 11,29에 의하면 ‘온유와 겸손’은 예수 성심의 특성이다. 온유한 품성은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육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성령의 힘에 의지하는 이들에게 주어진다.
인내(makrothymia): ‘성령의 열매’로도 언급되는 ‘인내’는 ‘분노에 더디신’ 하느님을 본받아 성을 내지 않고 보복하지 않는 사람의 자질을 말한다.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가면 이런 인내심(포용성)이 생긴다는 말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1코린 13장에 열거되는 사랑의 속성(1코린 13,4-7) 가운데 인내와 친절은 처음 언급되는 것이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1코린 13,4).
용서: 참된 사랑의 공동체를 위해 ‘용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병행구절인 에페 4,32에는 신학적으로 더 포괄적인 표현이 나온다(“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참조: 주님의 기도; 마태 18장.

2.2. 콜로 3,14
‘사랑’이 매우 강조되어 있다. 별도로 다루어진다. 여기서 바오로 사도는 앞서 말한 여러 가지 덕들을 넘어서는 차원에 대하여 말한다. “이 모든 것(앞 구절에서 열거한 동정과 자비, 호의, 겸손, 온유, 인내 ··· 용서 등)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 이 말씀은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라는 말씀의 1코린 13장의 사랑의 찬가를 연상시키고, 복음서에 나오는 ‘최고계명’에 관한 말씀을 연상시킨다. 다른 한편 갈라 5,22-23에서 성령의 첫 열매로 ‘사랑’이 제일 먼저 언급되었다는 것은 ‘사랑’이 나머지 여덟 가지 열매[덕행]의 바탕이고 요약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앞서 본 로마 5,5은 그리스도인들의 특성을 “우리에게 선사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흠뻑] 부어져 있는 상태”로 묘사하는데, 이에 따르자면 성령은 ‘하느님 사랑의 통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이렇게 성령을 통해 받는 ‘하느님 사랑’의 힘으로 ‘이웃 사랑’을 위한 힘도 얻게 된다고 볼 수 있다.

2.3. 콜로 3,15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
바오로 서간의 서두 인사에는 대부분 ‘은총과 평화’의 축원이 들어 있다. 거기서 ‘은총과 평화’의 출처(원천)은 “하느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러니 그 평화는 선사받은 평화이다. 그리고 여기 콜로 3,15에서 바오로는 그렇게 ‘선사받은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문맥에서 보면 이런 평화를 간직하며 살려면, 앞서 언급된 내용들 특히 ‘사랑을 입고 살고’ ‘용서’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어서 바오로는 그리스도 신자들은 ‘한 몸’이 되어(일치하여) 그리스도의 평화를 누리라고 부름을 받았다고 강조한다(참조: 갈라 5,1.13에 나오는 ‘자유’에의 소명). 더 나아가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라고 권고한다. 이 권고는 15절과 16절에 다시 반복된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 마음에 자리 잡고 있을 때, 감사도 우러나온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2.4. 콜로 3,16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
앞 구절(15절)의 문장 형식과 매우 비슷하다. 다만 여기서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에 대하여 말한다. ‘성서 사도직’과 관련하여 중요한 말씀이다. 이 구절이 공동번역에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풍부한 생명력으로 여러분 안에 살아 있기를 빕니다.” 참 좋은 말씀이다. 이 말씀은 한편으로는, 앞의 구절들과 연결시켜. ‘그리스도의 평화’를 간직하고 살려면, ‘그리스도의 말씀’을 간직하고 살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한편, 16절의 말씀은 다음에 나오는 구절들과 연결시켜, ‘그리스도의 말씀’을 간직하고 살면, 지혜롭게 서로 가르치고, 활발한 공동체 전례를 거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
16ㄴ절: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리십시오.”
이 구절은 초세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전례가 얼마나 활기찼는지를 엿보게 해준다. 이 전례 때에는 시편(그리스어 psalmos -> 라틴어 psalmus)이 읊어지고, 찬미가(그리스어 hymnos--> 라틴어 hymnus)가 바쳐졌으며 영적인 노래(ōdē)가 바쳐졌던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모든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치라”는 점이다. 15절 끝에 나왔던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라는 권고와 17절 끝에 나오는 “그분[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라는 말씀을 참조할 것. 감사에 관해서는 1테살 5,16-18을 참조할 것.


후원회 미사 특강, 2012년6월9일, 김영남 다미아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