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원한 고향’의 상징, 우리들의 어머니

- 우리에게 어머니는 누구인가? 한 어린이의 몸과 마음과 정신의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어머니들에게서 발견되는 단순히 ‘본능적이고 헌신적인 보살핌을 넘어선’ 존재의 어떤 차원이 있음을 암시한다. ‘어머니’라는 존재 안에서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한없는 자비와 사랑을 예감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체온에서, 어머니의 입가에 번진 미소와 눈길에서 또는 ‘그러한 처지를 박탈당한 경우라면, 텅빈 가슴 어딘가에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으로 절대적인 보호와 안식에 대한, ‘영원한 고향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이 우리도 모르게 어릴적부터 우리 안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2. “천주의 어머니”이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 지금까지의 성찰을 토대로 우리는 이제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성모 마리아는 나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가? 요한 복음은 말한다. “이분이 너의 어머니이시다”. “어머니, 이 사람이 당신의 아들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모친 마리아를 당신의 구원사업에 없어서는 안 될 협조자로 삼으시고자 하셨다. 그리하여 성모 마리아의 천상적 모성 안에서 우리가 인간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3.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 존재하는 모든 것, 저 하늘의 태양과 달, 밤하늘을 비추는 별들, 결코 흔들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저 웅장한 산봉우리도 길가의 이름모를 꽃들처럼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덧없는 사멸의 운명에서 풀려나길 바라며 그 존재의 깊은 곳에서 신음하고 있다고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8장에서 말한다.

- 사멸할 운명으로부터 구원되고자 하는 인간과 모든 만물의 이 간절한 바람과 갈망을 하느님은 내치지 않으셨다. 정한 때가 이르자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영원한 말씀을 구세주로 이 세상에 보내셨다. 마침내 하느님의 구세경륜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의 구세경륜의 대역사를 위해 놀랍게도 하찮은 인간 존재로부터 자유로운 협력을 기다리셨다. 그리하여 하느님을 향한 마리아의 전적인 신뢰와 순종을 통해 하느님은 당신의 자비와 사랑은 온 세상에 펼치실 수 있게 되었다.

- 하느님을 향한 성모 마리아의 이러한 사랑과 헌신을 물들이는 영적 색조는 한마디로 기쁨이다. 이 기쁨은 성모 마리아가 사촌 언니 엘리사벳을 방문하여 노래한 ‘마니피캇’(Magnificat)(루가 1:46-55) 안에 잘 표현되고 있다. ‘마니피갓’은 성모 마리아가 단지 주님의 어머니가 되었다는 개인적 기쁨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비천한 이들을 버리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구원의 손길에 대한 기쁨과 찬양이며, 이 사실의 산 증인이 된 당신이 세세대대로 칭송받으리라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없이는 한 순간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만큼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은 한없는 놀라움과 형언키 어려운 기쁨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 기쁨과 찬양을 가브리엘 천사는 나자렛 처녀 마리아에게 이렇게 알렸다.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여, 기뻐하라.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

- 하지만 하느님은 당신의 영원한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사명을 깨닫도록 성모 마리아를 혹독한 시련과 고통을 통해 교육시켜 나가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마니핏카이 말해주듯 성모 마리아는 그런 험난한 삶 속에서도 언제나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하느님에 대한 기쁨이 너희의 힘이 되리라”는 느헤미야 예언서의 말씀은 바로 성모님에게서 가장 투명한 현실이 되었다.

4. 우리의 “희망, 기쁨”이신 성모 마리아

- 성모 마리아는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섭리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철저한 자기비움과 겸손의 삶을 사셨다. 그리하여 성모님은 신앙이 갈망하는 그것을 우리에게 약속하고 더욱 큰 갈망으로 다가오도록 하시는 하느님의 그 큰 자비와 사랑을 삶 한가운데에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쁨의 원천이라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 성모님이 신앙 안에서 희망하였던 그것, 그분이 믿음과 희망과 사랑 안에서 이미 이 지상에서 누리셨던 천상의 기쁨과 행복은 다름아닌 우리들의 영적 유산이다. 우리 역시 성모님을 닮아 신앙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성모송을 기도 받칠 때마다 하늘의 기쁨과 행복이 내 마음속에도 물결치도록 하자!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후원회 미사, 2011년 10월8일, 오창선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