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서는 십자가상의 예수님을 바라보시며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무엇을 보고 계십니까? 십자가가 아니라 예수님이었습니다.예수님을 품어 안았을 때 십자가까지 품었던 것입니다.한편 요한을 제외한 다른 제자들은 도망을 갔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본게 아니라 십자가를 보았습니다. 십자가의 고통, 죽음, 두려움을 보고 도망을 갔던 것입니다.

신앙은 선택이라고 합니다. 우리들 신앙인의 자세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십자가의 계신 예수님을 볼 것인가
십자가의 고통만을 볼 것인가

우리는 예수님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으로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일은 이제 인간의 사건에서 하느님의 사건이 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나와 함께 살아계신 하느님이시고 십자가는 영원한 현재 바로 지금의 사건입니다.

과거 어느 때의 일이라고 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십자가는 현재의 사건이며 우리의 고통 속에 함께 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나는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2가지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첫번 째 유언은 성목요일 최후의 만찬에서 “… 받아 먹어라.. 받아 마셔라. …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하시며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두번 째 유언은 십자가상에서 숨을 거두시기 전 “이 분이 너의 어머니시다…” 하며 성모님을 우리들의 어머니로 보내 주셨습니다.

기억하여라 하는 말씀을 봅시다. 기억한다는 것은 지난간 옛 것을 떠올려보는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화 하는 기억입니다. 우리를 하느님과 함께 살아 있게 하는 기억입니다. 저의 모친이 20여년 전 병원에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있을 때 예수님을 기억했다는 것은 바로 그 순간 당신의 고통에 함께 계신 예수님을 만나는 은총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자리에 계신 예수님의 손을 잡고 살아나시어 20년을 더 사시다가 2년 전에 선종하셨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나의 고통만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을 보지 않고 십자가만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성을 가진 우리들은 살면서 부정적인 것들로 머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영적인 분이라서 우리 눈에 안보입니다. 우리 눈에 주님은 안보이고 사람만 보입니다. 나의 상처, 아픔, 손해만 보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바라본다, 하느님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 분이 내게 해주신 것을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아주 멀리 있는 사람일까요?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지인으로부터 상처 받기 쉽습니다. 용서하기 힘든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더 피해자라는 생각, 억울한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우리가 예수님을 기억할 때, 예수님께 받은 사랑, 그분이 베풀어 주신 자비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받은자임을 알게 됩니다.

마음의 눈, 영적인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지성을 주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생각할 수 있는 힘, 기억할 수 있는 힘, 잊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 머리 속에는 인간적인 생각과 계산만 들어 있을 것입니다. 미워하는 원수만 기억할 것입니다. 원수 그 사람 안에도 하느님이 계십니다.

어떻게 원수를 용서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주님은 우리의 사랑과 기도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예수님의 2가지 유언, 즉 (1) 성체 성사,(2) 성모님을 내어 주심
이는 사랑을 주신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의 몸을 주시어 우리를 품는 사랑입니다.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2가지로 주십니다.

(1)아가페적인 사랑 :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이타적이고 희생하는 사랑입니다. 계산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사랑입니다.
(2)에로스적인 사랑 : 갈망하고 원하는 사랑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만나고 싶어하시는 사랑입니다.예수님께서 “목마르다”라고 하시는 말씀은 우리의 사랑에 목마르다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들숨과 날숨이 끊임없이 교환되어야 하듯이 사랑을 주는 동시에 원하는 것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으로서 주님이 인간에게 무엇이 아쉬운 것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분이 우리의 사랑을 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을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용서하시고 사랑하시는 주님은 우리가 혼란스럽고 아픔 속에 있다면 꾸밈없는 그 모습 그대로를 원하십니다.

용서와 상처는 다릅니다. 용서했어도 죄의 흔적 (상처)은 남아 있습니다.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미움과 증오를 선택할 것인가.
사랑과 자비를 선택할 것인가.

여기 있는 병에 꽃을 담으면 꽃병이 되고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담으십시오.

그분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생각할 때 진정한 용서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 속에서 문제와 만나게 됩니다. 문제를 대하는 우리들 마음 속 생각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는 것입니다. 문제는 풀어서 정답을 적어야 한다고 학교에서부터 배워왔습니다. 그러한 생각이 우리 안에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문제는 풀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꼬여만 갑니다.

죽음의 문제, 구원의 문제를 풀어서 해결하시겠습니까?

예수님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셨나요?
예수님은 문제를 두 팔 벌려 품어 안았을 때 부활하고 사랑으로 거듭났던 것입니다. 즉, 풀어서 해결한것이 아니라 품어서 해결하셨습니다.

삶은 풀어야할 문제가 아니라 품어야 할 사랑입니다.
삶은 어려운 숙제가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나는 골치아픈 문제 덩어리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품는 사랑! 부활절에 나누는 계란은 무엇을 연상시킵니까? 알에서 어떻게 병아리가 나옵니까? 암탉이 알을 “품어서” 병아리로 깨어나게 됩니다.

하느님은 나를 풀어주려고 하시는 분이 아니라 품어주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살아온 세월 속에 할 수 있다면 가위로 오려내고 싶은 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내가 품어주고 싶은 것은 너의 아픔, 상처, 외로움, 죄 마저도 모두 사랑으로 품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품는 사랑을 알았으니 집에 돌아가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나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품어 안기는 힘들고 지칠 것입니다.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 때 주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하느님과 함께 품어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참된 기도는 믿음으로 하느님을 바라보며 내게 해주신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화해, 진정한 화해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게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하시고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없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주님은 안보이고 내 모습만 보입니다. 하느님은 없어졌으면 하는 나의 가장 작은 모습에 함께 계십니다. 내가 나 자신과 화해가 이루어졌을 때 사랑과 인내가 생깁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를 품어 주시는 사랑입니다. 내가 보는 모든 것은 풀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품어야 할 사랑입니다. 성체 안에 살아계시는 예수님께서 이 사랑에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후원회 미사, 2012년 2월11일, 강요셉 신부